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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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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엔 남편 교통사고로 뇌사
‘정글 생존자의 워싱턴 입성.’
8일 실시된 미국 캘리포니아 제12선거구 연방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재키 스페이어(58·여) 주 상원의원에 대한 미국인들의 평가다.
2월 타계한 지한파 톰 랜토스 전 하원 외교위원장의 후임으로 이날 뽑힌 스페이어 씨는 1978년 참극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사이비 종교집단 인민사원 사건의 현장에 있었다.
당시 리오 라이언 하원의원의 법률참모였던 그는 남미 가이아나의 정글에 세워진 인민사원 집단 거주지 ‘존스타운’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존스타운 활주로에서 매복 공격으로 5발의 총탄을 맞고 22시간 뒤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함께 기습을 당한 라이언 의원과 기자 3명 등 5명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인민사원 914명의 신도는 독극물을 마시고 집단 자살했다. 강요에 의한 떼죽음이었다.
가까스로 건강을 되찾은 스페이어 씨는 라이언 의원 지역구 보궐선거에 나섰지만 패배했다. 설상가상으로 둘째를 임신한 지 3개월 됐을 때 남편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는 9일 미 공영방송 NPR와의 인터뷰에서 “의사들이 플러그를 뽑기 직전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려와 아빠에게 작별인사를 시키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그런 경험들이 나를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으로 단련시켰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