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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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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의 미국 달러 대비 환율이 10일 6위안대로 떨어졌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이날 위안화 환율을 6.9920위안으로 고시했다. 전날 종가는 7.0017위안이었다. 위안화 환율이 6위안대로 하락(위안화 가치는 상승)한 것은 1994년 1월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며 2006년 5월 15일 7위안대로 들어선 지 2년여 만이다. 위안화의 가치는 올해 들어서만 4.27% 올랐다.》
○ 중국-미국 양국 정부의 합작품
중국 정부는 치솟는 국내 물가를 잡기 위해 위안화 환율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월 전년 대비 7.1%에 이어 2월에는 8.7%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으며 3월에도 8.2% 올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상승률 4.8%를 올해 목표치로 잡고 있으나 달성 가능성은 희박하다.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 금융연구소 바수(巴曙)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가 10% 오르면 수입 석유와 콩 돼지고기 등의 가격은 10%가량 내려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는 국내금리가 국제금리보다 지나치게 높아져 해외 단기 투기자금이 유입될 것을 우려해 금리 인상보다 환율을 주로 인플레이션 억제 수단으로 쓰고 있다. 이달 2일 중국을 방문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도 “지난 수개월간의 위안화 가치 상승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해 위안화 절상 압력을 계속 가하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미국의 막대한 대(對)중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일 좋은 기회로 보고 있는 것.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으로 미국경제가 위축되고 연방기금 금리가 내림에 따라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세계 각국 화폐보다 떨어진 것도 위안화 강세의 원인 중 하나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현재로서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 및 외자 유입 추세가 바뀔 요인이 없기 때문에 위안화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위안화 강세가 지속돼 올해 말엔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당 6.3∼6.7위안까지 환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2월 전망했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은 지난달 “내년에는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당 5.9위안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엇갈리는 기업 영향
위안화 강세에 따라 원화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는 2005년 7월 21일 1위안이 125.95원이었으나 이달 10일에는 139.32원으로 10.6% 올랐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세계시장에서 중국제품과 경쟁하는 한국 수출기업에는 긍정적이다. 대중 무역수지도 개선된다. LG경제연구원은 2005년 보고서에서 위안화가 달러화 대비 2% 오를 경우 한국경제 성장률은 연간 0.03%포인트 오르고, 상품수지도 연간 4억 달러가량 흑자 요인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중국 현지공장에서 완성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수출하는 가공수출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위안화가 절상되면 그만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OTRA는 최근 한국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금액의 60%가 한국 본사에서 중국 공장으로 보내는 중간재 수출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표민찬 수석연구원은 “중국도 수출품이 고급화하고 있어 한국의 수출상품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중국을 제외한 해외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이 오른다는 측면에서 한국기업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 세계 인플레이션 자극 우려
위안화 절상은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 송재은 연구위원은 “위안화가 절상되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가격이 더 높아지게 된다”며 “중국은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왔으며 위안화 절상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수출 가격을 올리면 지난 10여 년간 저물가 기조하에 안정적으로 성장해 온 미국 등 각국에 회오리가 몰아칠 수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