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저팬 리더 요시키, 드럼 부수고 광적인 연주…10년만에 재결성 도쿄돔 공연

  • 입력 2008년 3월 31일 03시 00분


해체한 지 10여 년 만인 28일 재결성 콘서트를 연 일본 록그룹 ‘엑스저팬’의 리더 요시키. 그는 광적인 공연 도중 무대에서 의식을 잃기도 했다. 도쿄=염희진 기자
해체한 지 10여 년 만인 28일 재결성 콘서트를 연 일본 록그룹 ‘엑스저팬’의 리더 요시키. 그는 광적인 공연 도중 무대에서 의식을 잃기도 했다. 도쿄=염희진 기자
“악, 악, 엑스(X).”

28일 오후 6시 일본 도쿄돔 앞. 형형색색 긴 머리에 기괴한 분장을 한 사람들이 모여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짧고 강하게 구호를 외치곤 했다. 10여 년 만에 재결성 공연 ‘공격 재개 2008-파괴를 향해’를 28∼31일 마련한 ‘엑스저팬’ 팬들이었다. ‘엑스저팬’은 1997년 12월 31일 이곳에서 해체 공연인 ‘더 라스트 콘서트’를 열었다.

재결성 공연의 첫 무대는 4만여 명의 관객이 먼저 열었다. 공연 시작 시간이 두 시간 넘게 지났는데도 기다리던 관객들은 오후 8시 40분경 전주가 시작될 기미가 보이자 첫 곡인 ‘더 라스트 송’의 운을 뗐다. 그러자 요시키를 비롯해 도시(보컬) 히스(베이스) 파타(기타)가 흰 장막을 걷어내며 등장했다.

10여 년 전 사망한 히데가 빠진 4명의 멤버는 2시간 동안 ‘위크엔드’ ‘위다웃 유’ ‘사일런트 젤러시’ 등 12곡을 연주했다. 11년을 기다려온 팬들은 형광봉으로 ‘X’자를 만들며 열광했다.

늘 무대 오른쪽에서 기타를 연주하던 히데의 빈 자리는 첨단 영상이 대신했다. 주최 측은 영상에서 그의 모습과 연주음을 따로 뽑아내 함께 공연하는 듯하게 꾸미는 데 15억 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공연 내내 드럼을 부수고 광적인 연주를 하던 요시키는 공연 말미에 ‘아트 오브 라이프’를 연주하다가 드럼 사이로 돌연 쓰러졌다. 그는 대기실로 옮겨졌고, 공연은 중단됐다. 공연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마사 히로(24) 씨는 “요시키가 쓰러지며 중단됐지만 모두 자신의 위치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량을 다 선보였다”고 말했다. 료타 모리(33) 씨는 공연이 중단된 데 대해 “공연이라기보다 히데의 재현에만 관심을 기울인 엔터테인먼트 쇼 같다”고 평가했다.

무대에서 정신을 잃었던 요시키는 콘서트가 끝나고 40여 분 뒤 예정에도 없던 ‘깜짝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이날 공연이 어땠느냐는 질문에 “원 쇼를 끝냈을 뿐 앞으로 투 쇼가 남았다”며 “공연마다 각각 다른 버전이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엑스저팬’의 공연은 29일에는 물세례를 받으며 드럼과 피아노를 번갈아 연주하는 요시키의 무대가 펼쳐졌으며, 30일에는 이틀 내내 부르지 않은 대표 히트곡 ‘엔드리스 레인’ 등을 선보였다.

이들은 8월경 서울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내한 공연을 마련한다.

도쿄=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