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 일본식 장기침체 우려”

  • 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미국의 경기침체 과정이 1990년대 일본의 그것과 꼭 닮아가고 있다.”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이 자산가격 폭락으로 유동성 악순환이 일어났던 ‘버블 붕괴’ 직후의 일본 경제와 유사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13일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정점에 달하다 1990년대 초 버블이 꺼지면서 자산가격이 급락했다. 이후 부실채권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을 급히 회수하면서 돈을 갚을 수 없는 개인과 기업들이 파산했고, 이는 다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나아가 부동산 등 자산가치의 하락은 개인 소득마저 줄어들게 해 국내 소비는 더욱 위축됐다.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돈을 움켜쥐고 있으려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 때문에 통화정책도 재정정책도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일본의 장기불황 원인을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으로 분석한 바 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에서도 주택 가격이 떨어지고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자산가치 하락으로 너도나도 매물을 내놓아 가격은 하락하고(유동성 악순환), 줄어든 수입 때문에 소비는 더욱 줄고(케인스 악순환), 실물경제가 금융까지 영향을 미치는(신용불안 가속) 부정적 순환 고리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경기부양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했다가 부양정책 뒤에 다시 재하강하는 ‘더블 딥(이중침체)’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리처드 버너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껏 논란은 경기침체에 빠졌는지, 아닌지였지만 이제는 ‘침체가 얼마나 깊고 오래갈 것인지’로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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