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앙은행 총재 공석사태 오나

  • 입력 2008년 3월 13일 03시 03분


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참의원이 일본은행 총재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제2위 경제대국의 중앙은행이 ‘선장’ 없이 표류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참의원은 12일 본회의를 열어 무토 도시로(武藤敏郞) 일본은행 부총재를 19일 임기가 끝나는 후쿠이 도시히코(福井俊彦) 총재의 후임자로 임명하는 동의안을 찬성 106표, 반대 129표로 부결시켰다.

참의원 제1당인 민주당은 표결에 앞서 “무토 부총재가 재무성 출신이어서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반대 당론을 정했다.

이에 따라 14일로 예정된 중의원의 인사동의안 표결도 의미가 없어졌다. 중의원은 여당인 자민당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사동의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이 모두 찬성해야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일본은행 지도부의 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부총재로 지명된 2명 가운데 1명인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교토(京都)대 교수에 대한 동의안을 가결시켰다.

민주당이 일본은행 총재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대해 일본 경제계는 물론 유력 언론들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의 독립성 유지’는 포장용 명분일 뿐 진짜 목적은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를 궁지로 몰고 가려는 데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표결에 앞서 발행된 12일자 조간 사설에서 “민주당의 반대 이유를 들어봐도 정부가 최종적으로 임명 책임을 지는 중대한 인사를 뒤집을 만큼 설득력이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논평했다.

프랑스의 권위지인 르몽드도 일본은행 총재 지명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을 “정치에 의한 일본은행 학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은행 총재 공석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을 대거 빠져나가는 ‘3월 위기설’까지 내놓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여론 동향과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토 부총재 지명안을 다시 제출할지, 아니면 대체 인사안을 내놓을지 결정할 방침이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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