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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4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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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을 새 브랜드인 파나소닉과 통합해야 한다”는 말을 꺼낸 이 임원은 잠시 후 안쓰러울 만큼 창백한 얼굴로 병원 문을 나섰다.
마쓰시타 창업주가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말문을 못 연 채 얼굴만 부들부들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연이 있는 ‘내셔널’ 브랜드를 내년 중 파나소닉 브랜드에 통합하겠다고 마쓰시타전기가 10일 발표했다. 10월부터는 마쓰시타전기라는 회사 이름도 파나소닉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창업 90주년이라는 뜻 깊은 해에 이런 결단을 내린 심정을 오쓰보 후미오(大坪文雄) 사장은 “단장(斷腸)의 아픔”이라고 표현했다.
마쓰시타전기가 이런 결정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와 소니에 비해 브랜드파워가 떨어져 국제경쟁에서 밀린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마쓰시타전기가 기자회견을 한 날 일본의 조선업계에도 업계 판도를 뒤흔드는 중요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본 조선업계 2위인 JFE홀딩스와 6위인 IHI가 조선사업을 통합하기 위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두 회사가 합의에 이르게 되면 통합회사는 일본 조선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두 회사가 통합을 통한 몸집 부풀리기에 나선 이유는 앞서 가는 한국 업체를 추격하고 뒤쫓아 오는 중국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일본 기업들이 한국에 내준 시장을 다시 찾기 위해 ‘칼을 가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부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가시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산업부문에서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밀려난 것은 높은 기술력을 믿고 자만했거나, 지나치게 신중해서 결단력이 부족했거나, 홀로서기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쓰시타전기와 일본 조선업계의 뉴스는 일본 기업들이 더는 거만하고 우유부단한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한국 기업들은 이런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업그레이드’ 노력을 펼치고 있는지 궁금증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천광암 도쿄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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