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최근 대도시를 중심으로 급격히 빠지고 있다. 특히 올해 올림픽을 치르는 베이징(北京)의 주택은 최근 가격 폭락과 함께 거래마저 격감해 부동산 중개업소가 무더기로 문을 닫는 등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대도시 부동산 가격 폭락=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한 달 새 18.21% 급락했다.
베이징의 부동산 가격은 지난해 12월 첫 주 10.09% 급락한 데 이어 둘째 주엔 0.75% 추가 하락했다. 이어 셋째 주엔 12.88% 반등했으나 넷째 주에는 무려 20.25%가 빠지는 폭락세로 다시 돌아섰다.
부동산 거래도 크게 줄었다. 신규 분양이 아닌 주택의 거래량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10%씩 줄기 시작해 지난해 말까지 3개월간 40%나 줄었다.
이에 따라 매년 늘던 베이징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최근 3개월 새 50여 개가 문을 닫았다. 베이징의 부동산 업소는 총 3000개 안팎이다.
선전(深(수,천))과 광저우(廣州), 상하이(上海) 등 동부지역 대도시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폭등세를 보여 온 선전의 부동산은 지난해 9월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서 그 달에만 가격이 10.35% 하락했고 거래도 절반으로 줄었다.
▽강력 긴축에 개발업자, 수요자 모두 위축=중국 대도시의 이 같은 부동산 폭락세는 무엇보다도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 이후 중국 정부가 통화긴축 정책을 강력히 천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25일 시중은행의 지급준비율을 12.5%로 올린 데 이어 10월 25일 13.0%, 11월 26일 13.5%, 12월 25일 14.5%로 올리는 등 3개월 새 2%포인트나 올렸다. 또 12월 21일엔 1년 만기 대출금리를 7.47%까지 올렸다.
이에 따라 자금 상환 독촉을 받은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물량을 4∼5% 할인된 가격에 내놓으면서 집값이 내려가게 됐다. 일부 개발업자는 분양 촉진을 위해 암암리에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면서 매입을 꺼리고 있다. 상하이 차이징(財經)대 응용통계연구센터가 8일 시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7%가 “지금은 집 살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지역 금강부동산의 김재훈 사장은 “당분간 가격 추이를 지켜본 뒤 부동산 매입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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