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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7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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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쇼르 마부바니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학장이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 기고문에서 공개적으로 던진 화두(話頭)다. 마부바니 학장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이 시대 최고의 지성 100인’ 중 한 명으로 꼽은 석학이다.
마부바니 학장은 기고문에서 “미국 대선은 세계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제도”라고 단언했다. 미국 대통령을 뽑는 사람은 미국인 1억2600만 명이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은 66억 세계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대통령은 국내에서는 중간선거 등을 통해 심판받을 수 있고 3권 분립에 따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한다. 하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어떤 나라도 마땅히 견제할 만한 방법이 없다.
마부바니 학장은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막 끝낸 후보들에 대해 “전 세계적 이슈에 대한 후보자들 간의 논의는 한마디로 섬뜩할(appalling) 수준”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세계는 어느 때보다 미국의 지도력을 필요로 하지만 대선 주자들은 전혀 희망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이 점이 현재 미 대선전의 최대 비극”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마부바니 학장은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테러 공격으로 사망했을 때도 대선 주자들이 미국 유권자들에게 영합하는 발언을 했을 뿐 세계를 이끌어 갈 역량을 보여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경우 부토 전 총리와의 개인적 친분만을 강조했을 뿐 그에게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말하지 못했고, 빌 리처드슨 후보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미국의 지원이 군부 통치의 토양을 제공했음을 지적하지 못했다는 것.
마부바니 학장은 전 세계인이 이번 미국 대선에 참여할 경우를 가정해 나름의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우선 아프리카인들은 케냐인 아버지의 피가 흐르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중간 이름이 ‘후세인’인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2억 이슬람교도에게 가한 상처를 부분적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경험 있는 지도자를 원하는 유럽대륙이나 여성 대통령들을 배출한 중남미 역시 힐러리 클린턴 의원에게 호감을 느낄 것이라고 마부바니 학장은 전망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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