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문화대혁명은 10년 내란”

  • 입력 2008년 1월 2일 02시 52분


이례적 강력 비난… 30년 맞은 ‘개혁개방’ 굳히기

“문화대혁명(문혁)은 당과 국가, 인민에게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가져다 준 10년의 내란(內亂)이었다.”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문혁을 이처럼 강력하게 비난했다.

문혁은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 대륙을 뒤흔든 극좌 사회주의운동으로 극단적 계급투쟁과 평등주의, 배외주의로 중국 역사를 20∼30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후 주석을 영수로 한 제4세대 지도부는 그동안 2세대 덩샤오핑(鄧小平)이나 3세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달리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여 왔다. ▽문혁에 대한 중국의 평가=후 주석의 문혁 비난은 지난해 12월 17일 공산당 중앙당교(黨校)에서 새로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이 된 간부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뤄졌다. 강연 내용 중 일부는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 1월 1일자에 게재됐다.

중국 지도부가 문혁을 내란으로 간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1981년 6월 27일 제11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 결의문에서 문혁을 “영도자가 잘못 일으키고 반혁명집단에 이용당해 당과 국가, 인민에게 커다란 재난을 안겨준 내란”이라고 일찌감치 규정했다.

그 후 덩샤오핑, 장쩌민 등도 문혁을 부정했으나 제4세대 지도부는 “문혁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 궤도에서 이탈한 것으로 마오 사상과 구별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올해 개혁개방 30주년을 앞두고 빈부격차와 실업난, 주택난, 의료난, 교육난 등 각종 사회문제가 불거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화사회 등을 내세우면서 이전 지도부에 비해 문혁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취했던 것.

▽왜 갑자기 비난하나=후 주석이 돌연 문혁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정치민주화 요구와 함께 일각에서 개혁개방 자체를 부정하는 세력이 나타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경고로 관측된다.

지난해 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공산당 원로 17명은 신좌파 세력의 거점인 ‘마오쩌둥 치즈왕(旗幟網)’에 후 주석 등 당 지도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싣고 물권법과 개혁개방 자체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또 지난해 7월 5일엔 은퇴한 당정 간부 28명이 “현 지도부가 공산주의 이상에서 벗어난 길을 걷고 있다”며 5000여 자에 이르는 연명 서한을 중앙정치국에 보내기도 했다.

결국 개혁개방에 반대하며 평등주의로 복귀할 것을 외치는 주장들이 빈부격차를 틈타 대중의 호응을 얻을 경우 자칫 통제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우려다.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집중 강조=이런 의도는 후 주석의 연설 곳곳에서 묻어난다. 후 주석은 문혁을 비난하면서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반드시 견지해나갈 것임을 강조했다.

후 주석은 “문혁 때문에 세계와 중국의 생산력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게 됐다”며 “개혁개방만이 생산력 향상과 중국의 현대화, 인민의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중앙당교의 한 교수는 “후 주석의 발언은 문혁 자체에 대한 비난보다는 개혁개방의 후퇴를 막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문화대혁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공식 결론과 최고지도자들의 발언
주체시기규정 및 평가
중국 공산당1981년 6월“문화대혁명은 영도자가 잘못 일으키고 반혁명 집단에 이용당해 당과 국가, 인민에게 커다란 재난을 준 내란이었다.”
덩샤오핑1988년 9월“나는 문화대혁명을 근본적으로 부정하지만 공도 있다. 그것은 이것이 반면교사가 되어 개혁 개방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장쩌민1997년 2월“문화대혁명은 사회주의 시기의 우리 당 역사에서 심각한 과오였다.”
후진타오2007년10월
12월
“문화대혁명은 (당과 인민에게) 위험과 재난 국면을 조성했다.”
“문화대혁명은 당과 국가, 인민에게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가져다 준 10년 내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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