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드라마’ 이란이 푹 빠졌다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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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주제로 한 드라마 ‘0도로 돌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란 국영방송이 제작해 올 4월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인기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데다 국가적 지원 아래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돼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940년대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파리에서 이란인 유학생이 연인인 유대인 여성이 강제수용소로 끌려갈 위험에 처하자 그녀를 목숨 걸고 구출한다는 내용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드라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란 여권을 위조해 유대인 500여 명을 구한 파리 주재 이란 외교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서방에서도 관심거리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그동안 철저히 부정해 온 홀로코스트의 실체를 이 드라마는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 국영 방송이 대통령이 부정하는 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미국 CNN 방송은 대통령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종교지도자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이 드라마를 통해 국제사회와 2만5000명의 이란 거주 유대인에게 “아마디네자드가 뭐라고 하든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

이란 정부의 한 당국자는 CNN과의 통화에서 “우리의 증오 대상은 유대인이 아니라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팔레스타인인들을 박해하는 이스라엘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대통령의 뜻과 다르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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