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민영TV-외국방송 중단

  • 입력 2007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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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에 갇힌 변호사들파키스탄 펀자브 주의 주도인 라호르 시에서 5일 한 변호사가 경찰에 연행돼 가면서 반정부 구호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이날 라호르에서는 변호사 2000여 명이 고등법원에 모여 시위를 벌인 뒤 가두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라호르=EPA 연합뉴스
철창에 갇힌 변호사들
파키스탄 펀자브 주의 주도인 라호르 시에서 5일 한 변호사가 경찰에 연행돼 가면서 반정부 구호를 목청껏 외치고 있다. 이날 라호르에서는 변호사 2000여 명이 고등법원에 모여 시위를 벌인 뒤 가두행진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라호르=EPA 연합뉴스
파키스탄 당국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포와 헌법 효력 정지에 항의해 시위를 벌이는 변호사들에 대해 무자비한 탄압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5일 AP와 AFP통신에 따르면 경찰은 펀자브 주 라호르의 고등법원 앞에서 무샤라프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변호사 2000여 명에게 최루가스를 쏘고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250여 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일부 변호사가 다쳤다.

경찰은 또 남부 항구도시인 카라치에서도 법원 진입을 시도하던 변호사와 시위대를 가로막은 뒤 50여 명을 연행했다. 이날까지 모두 1500여 명이 체포됐다.

파키스탄 당국은 언론 통제도 강화했다. 국영 파키스탄TV를 제외한 12개 상업 방송 및 BBC와 CNN을 비롯한 외국 방송의 방송이 중단됐다. 방송 관계자들은 정부가 ‘무샤라프 대통령이나 정부 관료를 조롱하거나 반대하는 보도를 하면 3년간 투옥하겠다’는 명령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헌정 질서 중단으로 내년 1월 총선 연기설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무샤라프 대통령은 5일 파키스탄 주재 서방 외교관들에게 “계획된 선거는 치르겠다”고 약속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당초 예정대로 치러질지는 불투명하다.

무샤라프 대통령과 권력 분점을 꾀해 온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무샤라프의 비상사태 선포에 대해 반대를 표명했다. 그는 4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엄령 선포는 파키스탄의 미래에 ‘끔찍한 위협’이 될 것이라며 무샤라프 대통령은 진정한 화합과 민주주의를 위해 계엄령을 해제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3월 해임된 뒤 무샤라프 대통령과 대립하며 반대 세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이프티카르 초드리 대법원장은 5일 “우리(파키스탄) 법정은 무샤라프가 발동한 임시헌법령을 거부했다”며 저항의 뜻을 나타냈다.

한편 미국 정부는 결국 무샤라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4일 파키스탄에 대한 미 정부의 지원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5일 ‘미 정부가 파키스탄 원조를 삭감하거나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행정부로서는 파키스탄 국내 정세가 대테러전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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