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돈은 모으고 쓰레기는 ‘0’으로

  • 입력 2007년 10월 22일 03시 05분


코멘트
콤팩트 시티-에코시티로 거듭나는 日지방도시 도야마

《저출산과 인구 유출로 텅텅 비어 가는 지방도시. ‘셔터 거리(가게들이 문을 닫은 거리)’로 상징되는 도시 공동화로 고민해 온 일본 중소도시들이 중심 시가지를 사람과 돈, 물자가 오가는 ‘번화가’로 부활시키는 작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 목표는 교외로 확산됐던 주택과 병원, 관청, 상가 등을 중심부로 모아 ‘콤팩트 시티’화하는 것. 이를 통해 행정 비용을 최소화하고 환경부담비를 경감해 지속 가능한 도시 경영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 42만 명인 일본 중부의 중소도시 도야마(富山) 시가 최근 시도 중인 ‘콤팩트 시티’ 및 ‘에코 시티’ 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심지에 사람과 돈을=도야마 역에 내리면 도로에 깔린 궤도를 달리는 경전차 ‘도야마 라이트 레일’ 역을 만나게 된다. 유럽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지만 일본에서는 최초다. 북쪽으로 해안선 가까이까지 이르는 7.6km의 라이트 레일은 지난해 4월 도입된 뒤 하루 5000명이 이용하는 시민의 발로 자리 잡았다.

‘포트람’이라 불리는 차량은 고령자나 장애인도 쉽게 승하차할 수 있도록 했다. 도로에 깔린 궤도는 진동과 소음을 막는 수지(樹脂)레일로 고정돼 차량이 그 위를 물 흐르듯 전진한다.

이 라이트 레일은 상당 부분 재활용된 시스템이다. 80년간 적자를 낸 뒤 폐쇄된 전철 ‘도야마 미나토(港)선’의 철도를 활용했다. 인프라 정비는 시에서, 운행은 민관공동 투자회사가 맡았다.

도야마는 현청 소재지로서는 일본 전국에서도 인구밀도가 가장 낮다. 당연히 자동차 의존율이 높아 가구당 승용차 보유 대수는 전국 2위인 1.73대이다.

인구의 4분의 1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이 도시에서 라이트 레일은 중장년층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최근 시의 조사 결과 교통수단을 승용차 대신 라이트 레일로 바꾼 이용자는 50∼70대가 가장 많았다. 첫해 적자를 예상했지만 200여만 엔의 흑자를 기록했다.

관공서를 중심부로 모으고 시민이 모일 만한 공간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도 매력적이고 흥청거리는 중심가를 형성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도야마 역 근처 쇼핑가의 백화점과 상점 공간에 설치된 유리 지붕 밑 1400m²의 공간 ‘그랜드 플라자’가 대표적. 대형 무대와 스크린을 설치해 누구라도 거리 공연을 할 수 있게 만든 뒤 보행자가 하루 1만 명 미만에서 3만 명 선으로 늘었다.

모리 마사시(森雅志) 시장은 “수십 년간 줄어들기만 하던 도야마 중심가의 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27명 늘었다. 비록 미미한 수지만 ‘마이너스’가 멈췄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했다.

▽쓰레기 ‘0’의 에코 도시=지구온난화 방지와 에너지 확보는 세계적인 관심사. 2002년 도야마 시 북부 18ha의 토지에 ‘에코 타운’이 들어섰다. 아직은 실험단계지만 8개의 공장이 지역에서 나오는 폐기물의 지역 내 순환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뛰고 있다.

이 중 ‘도야마 바이오연료(BDF) 주식회사’는 일본 최대 규모의 폐식용유 정제공장. 음식점과 호텔, 급식업체 등에서 회수한 폐식용유를 걸러 바이오 연료로 재생한 뒤 시의 청소차나 버스 등의 연료로 판매한다. 판매가가 L당 100엔인 데 비해 원가는 130엔이어서 아직은 만들수록 손해인 셈. 일부 구청을 중심으로 가정에서 나온 폐식용유도 페트병에 넣어 가져오면 행정서비스권을 주는 등 보상 체제도 정비 중이다.

회사 측은 “서구의 바이오연료는 콩이나 유채 등을 재배해 얻어진 식물성 기름이 주원료이지만 우리는 폐식용유를 활용한다. 원료 확보와 활용에 어려움이 많지만 ‘친환경’ 원칙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한다.

도시 내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활용하는 ‘폐기물 제로’ 작전도 벌어진다.

‘도야마 그린 푸드 리사이클 주식회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발효시켜 만든 메탄가스를 발전에 활용하고 발효된 쓰레기는 비료로 만들어 판매한다. 공장에서 하루 생산하는 바이오가스는 2500m³로 이 중 1500m³는 자체 발전에 이용하고 나머지는 판매할 예정이다. 하루 발전량은 1800kW로 4, 5명 가정의 약 5개월분 사용 전력에 해당된다. 이것 역시 아직은 적자. 그러나 회사 측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도야마=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