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엘리제궁 “사르코지 부부 11년만에 파경” 공식발표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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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당시 내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사르코지 대통령과 부인 세실리아 씨가 손을 잡은 채 서로 다른 곳을 보며 걷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7월 당시 내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사르코지 대통령과 부인 세실리아 씨가 손을 잡은 채 서로 다른 곳을 보며 걷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부인 세실리아 여사가 결혼 11년 만에 협의 이혼했다고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이 18일 공식 발표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과 세실리아 여사가 헤어지기로 했다”는 내용의 간단한 보도자료를 냈다. 헤어진다는 것이 별거인지 이혼인지가 혼선을 빚자 다시 이혼이라고 확인해 줬다. 이혼 사유는 밝히지 않았고 당사자들은 앞으로도 이에 대해 코멘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제궁의 발표가 있던 시각 사르코지 대통령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었다.

1996년 전 배우자와 각각 이혼한 상태에서 결혼한 두 사람은 아들 루이(10)를 두고 있다. 또 전 배우자들과의 사이에 각각 두 아들과 두 딸을 두고 있다.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의 17일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부부는 주거지인 뇌이쉬르센이 속한 낭테르 법원에서 이혼 수속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세실리아 여사는 8월 여름휴가 이후로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있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7월만 해도 세실리아 여사는 세 차례 외국 정부 수반과의 공식 만찬에 참석했고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감염 혈액을 수혈한 혐의로 리비아에 수감돼 있던 불가리아 간호사 석방을 위해 리비아를 방문하기도 했다.

세실리아 여사가 최근 유일하게 모습을 드러낸 곳은 9월 첫 남편인 TV 프로그램 사회자 자크 마르탱의 장례식장이다. 18일 아침 르 피가로는 세실리아 여사가 몽테뉴 거리를 걷고 있는 사진을 실었다.

▽왜 이혼했나=두 사람은 2005년 몇 달간 별거하며 맞바람을 피우는 등 이미 이혼 직전까지 간 바 있다.

세실리아 여사는 당시 이벤트 기획가인 리샤르 아티아 씨와 함께 미국 뉴욕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이 목격됐고, 사르코지 대통령도 일간 르 피가로 여기자와 연인 사이로 지냈다.

그러나 이들은 대선을 앞두고 1월 다시 결합했다. 일각에서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갈등을 일시적으로 봉합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두 사람의 이혼이 취임 5개월여 만에 전격 발표되자 이들의 화해가 정략적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은 대체로 세실리아 여사의 우아하지만 수수께끼 같고 단호한 성격에서 해답을 찾고자 한다. 대학에서 법을 공부하고 모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했던 세실리아 여사는 자긍심이 특히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실리아 여사는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6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해야 한다며 혼자 귀국해 버렸다. 8월 미국에서의 여름휴가 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초대에도 아프다는 핑계로 가지 않았다.

당시 다비 마르티뇽 엘리제궁 대변인은 “세실리아는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르티뇽 대변인은 세실리아 여사의 친한 친구이기도 하다. 정상회의나 휴가에 남편을 따라 가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가놓고 그렇게 행동한 것은 그런 이유가 아니라면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르코지의 짝사랑=사르코지 대통령은 세실리아 여사를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그는 2006년 자서전에서 “만난 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이름을 말하는 것은 나를 매혹시킨다”며 “그녀는 나의 일부분”이라고 썼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1984년 모델 출신인 세실리아 여사가 TV 프로그램 사회자인 마르탱 씨와 결혼식을 올릴 때 주례로서 세실리아 여사를 처음 만났다. 한눈에 반한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후 줄곧 세실리아 여사를 쫓아다녔다. 세실리아 여사는 결혼 5년 만인 1989년 이혼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혼한 1996년 둘은 재혼했다.

2005년 세실리아 여사가 바람을 피운 이후 사르코지 대통령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정략적이라 할지라도 세실리아 여사와 가능한 한 관계를 이어가기를 원했다. 그러나 결국 개성이 강해 좌충우돌하는 세실리아 여사를 어떻게 해 보지 못하고 이혼에 합의한 것으로 프랑스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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