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달러가 마지노선”… 지구촌 ‘오일 시한폭탄’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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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상업거래소 유가 충격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88.20달러까지 치솟아 1983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 88달러대에 진입했다. WTI는 이날 87.61달러로 마감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78.59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뉴욕상업거래소 유가 충격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88.20달러까지 치솟아 1983년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 88달러대에 진입했다. WTI는 이날 87.61달러로 마감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 가격도 78.59달러로 사상 최고치였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유가 급등으로 출렁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각국은 자국 경제가 유가를 어느 수준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마지노선’을 계산하느라 분주하다. 한국도 유가 상승이 이대로 지속될 경우 내년 경제 전망을 수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 물가가 급등해 서민 경제도 큰 타격을 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85달러면 오일쇼크와 비슷한 충격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의 마지노선은 배럴당 84달러대”라고 분석했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8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유가가 85달러를 넘어서면 세계 경제에 과거 오일쇼크와 맞먹는 충격이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두바이유보다 가격이 높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이미 배럴당 90달러에 가까워지고 있어 ‘배럴당 100달러 시대’도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세계 에너지 전문기관들은 내년에도 유가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최근 미국 케임브리지 에너지연구소는 지금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경우 두바이유 가격은 내년 3분기(7∼9월)에 85.50달러까지 오르면서 연평균 가격도 82.75달러나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국제 사회도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데이너 페리노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유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고유가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고, 알 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OPEC는 현 수준의 유가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 개도국 수요 증가와 달러 약세 원인

과거 오일쇼크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공급 부족이 원인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의 고유가 현상은 지속적 수요 증가에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국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의 원유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산유국들의 생산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고유가 현상의 또 다른 이유는 달러 가치 약세다. 달러 가치가 최근 3년간 약 30% 하락하면서 산유국들은 생산량을 조절해 유가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달러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가격 인상으로 메우자는 뜻.

유가 급등에 따른 각국의 자원 확보 경쟁도 다시 유가 인상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김현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석유 확보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삼는 미국 중국 등이 비축유를 확보하고 있는 데다 자원 민족주의 바람이 거세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동지역의 정정(政情) 불안, 북미 허리케인의 내습으로 인한 정제시설 가동 중단 등도 고유가의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 산업계, 소비 등 국내에 악영향

자동차 화학 섬유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계도 유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지금까지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 커지고 있어 견딜 만했지만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면 판매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유가가 1달러 오를 때마다 공장 가동 비용이 연간 35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코오롱그룹도 국제 유가 상승이 그룹 전체 매출액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화섬사업의 원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더 절박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많은 기업이 올해 유가가 70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사업을 했는데 최근 유가 폭등으로 제조업체들은 출혈 매출까지 감수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국내 소비도 유류 제품 가격을 필두로 한 물가 인상 때문에 다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원유 등 수입제품 가격의 상승은 국제수지의 악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 성장률 전망도 수정 가능성

정부는 “아직 연평균 수준으로 봤을 땐 이미 예상했던 수준”이라며 긴급한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유가 급등 현상을 예의주시하며 기존에 내놨던 경기 전망을 수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은 계획이 없지만 겨울철에 기름 수요나 가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연말에 내년 전망치를 변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구조가 에너지 다(多)소비형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바뀐 점을 감안하면 이번 유가 상승의 영향은 오일쇼크 때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번 유가 상승을 세계 경기 회복을 보여 주는 방증이라는 색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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