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의 ‘티베트 얼굴’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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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리특사, 조국 독립위해 17년간 로비

부시-달라이 라마 공식만남 이끌어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17일 의회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직접 주는 미 의회 황금메달을 수상했다. 많은 사람이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지난 17년간 워싱턴에서 티베트의 얼굴 역할을 한 로디 기아리(58) 특사를 떠올렸다.

티베트에서는 환생한 달라이 라마로 추앙받는 기아리 특사는 소년승으로 지내던 종교인의 삶을 벗어던지고 티베트 자유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다.

그의 고모는 1950년대 중국을 상대로 독립운동을 벌일 때 무장봉기를 주도했고, 장모는 처형당한 뒤 티베트 혁명가곡의 주제로 등장할 정도로 집안 전체가 ‘티베트 자유’를 위해 일해 왔다.

그러나 그가 워싱턴에 처음 도착한 1990년은 중국의 반대 때문에 국무부 청사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할 정도였다.

1989년 발생한 텐안먼(天安門) 사태로 미-중 관계가 냉각됐지만, 주중 대사 출신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친 중국 노선을 견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7일자에 “기아리 특사는 당시 국무부 청사에서 멀찍이 떨어진 커피숍에서 미국의 하급 외교관을 만나야 했다”고 썼다.

황금메달 시상은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량학살) 생존자인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주도했다. 그러나 의회 법에 따라 상하원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의원회관을 방문해 의원들 개개인을 찾아다니는 노력은 기아리 특사의 몫이었다.

그는 의원들을 상대로 달라이 라마가 누구인가를 설명하고 티베트는 완전한 분리 독립을 희망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역설했다. 중국은 반대 로비에 나섰고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분리독립주의자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것 자체가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그러나 2005년 중국 방문 때 정상회담 직전에 교회를 찾아가 “중국 내 종교의 자유를 기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이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다.

그는 16일 달라이 라마를 백악관에서 30분간 비공개 면담한 뒤 17일에는 의회에서 달라이 라마를 다시 만났다. 미국 대통령이 달라이 라마를 공개 장소에서 만난 것은 처음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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