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연금 다 빼앗아가고 수시로 폭력을…"

  • 입력 2007년 9월 22일 2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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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가 연금을 다 빼앗아가고 수시로 폭력을 휘두릅니다."

도쿄(東京) 가쓰시카(葛飾) 구에는 지난 한 해 동안 이런 종류의 상담전화가 63통이나 걸려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온 몸에 멍이 든 70대 여성이 "살려 달라"며 구청에 뛰어든 사례까지 있었다고 보도했다.

급속한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는 일본에서 고령자에 대한 학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관련자들이 당국에 신고한 고령자 학대 건수가 1만2628건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9.6%인 1만2575건은 가정 내의 고령자 학대였다. 양로원 등 외부복지시설에서 이뤄진 학대는 53건에 불과했다. '양로원이 자식보다 낫다'는 말이 부자연스럽지 않을 정도다.

학대를 하는 사람은 아들이 37.1%로 가장 많았고 이어 △남편 14.1% △딸 13.5% △며느리 10.2% △부인 4.9% △손자 손녀 4.3% 등의 순이었다.

일본 정부가 2004년 실시한 국민생활기초조사에 따르면 가정에서 수발을 담당하는 쪽은 75%가 여성인데도 남성이 여성에 비해 학대를 가하는 사례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학대의 종류로는 신체적 학대가 64%(중복 비율)로 가장 많았다. 심리적 학대는 36%, 수발 포기는 29%, 재산 약탈 등 경제적 학대가 27%였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그나마 고령자학대방지법이 생긴 덕에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학대 실태가 처음 드러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발효된 고령자학대방지법은 학대받는 고령자에게 중대한 위험이 발생한 사실을 발견했을 때는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일본에서는 고령자를 수발하는 가족이 이른바 '수발 피로(오랜 기간 수발을 하면서 심신이 지치는 현상)' 때문에 피 수발자를 살해하거나 동반자살을 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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