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파병 연장 거부땐 獨사민당 정권 잃게 될것”

  • 입력 2007년 8월 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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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파병은 국제사회의 신뢰의 문제다.”

독일 대연정의 한 축인 사민당(SPD) 내부에서 독일인 인질 피살을 이유로 9월 아프간 파병 연장안을 거부하면 사민당은 16년간 권력을 잃은 1982년으로 되돌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고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3일 주장했다.

이 신문은 1면 분석기사를 통해 지금 사민당이 아프간 파병 연장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정당이 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쿠르트 베크 당수, 페터 스트루크 원내대표 등 사민당 지도부는 연정 파트너인 기민당(CDU)에 동조해 아프간 파병 연장안을 확고히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소장파들 사이에 아프간 철수 혹은 최소한 반(反)테러 작전의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 신문은 국가가 인질 사태에 좌지우지돼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을 정치인들이 잘 알기 때문에 철수나 반테러 작전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물밑으로 상당한 정도로 감지되는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미 올봄 사민당 의원 중 3분의 1이 반테러 작전에 동원될 수 있는 토네이도 정찰기의 아프간 배치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스트루크 원내대표는 사민당이 아프간 파병 연장안 표결에서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그 다음은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이 의제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프간 파병은 국제사회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로서도 물러설 수 없다. 사민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임은 기민당과의 대연정 탈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신문은 아프간 정책이 1980년대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거리 핵미사일(퍼싱 2) 배치를 둘러싼 논란만큼이나 사민당의 운명에 결정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집권 사민당 내에선 소장파를 중심으로 헬무트 슈미트 총리의 NATO 퍼싱 2 배치 계획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었다. 이 계획은 목소리 큰 국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지 않았다. 수십만 명이 이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결국 사민당은 ‘평화운동’이라는 시류에 편승해 미사일 계획에 반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 결과 사민당은 독일 유권자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고 1982년 선거에서 진 이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1998년 집권할 때까지 16년간 야당으로 지내야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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