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대통령 면담…협상 새국면

  • 입력 2007년 7월 29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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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29일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현지에 파견된 백종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간 면담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백 특사는 이날 면담에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에게 피랍사태 조기 해결을 위해 아프간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하는 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 대통령의 메시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는 함구하고 있으나 탈레반 수감자 석방 등 무장세력 측의 요구조건에 아프간 정부가 유연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대통령궁은 면담이 끝난 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납치된 한국인 인질 22명의 석방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번 사건은 아프간 국민의 품위에 수치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여성이 납치된 것은 반(反) 이슬람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이 한국인 피랍사태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지난 19일 사건 발생이후 처음인 데다가 노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화답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프간 정부가 피랍사태 해결의 최대 관건인 `인질-탈레반 수감자 맞교환'을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지난 3월 납치된 이탈리아 기자의 석방조건으로 인질-탈레반의 수감자 교환안을 받아들였다가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 `다시는 테러조직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탈레반을 겨냥한 대테러전으로 매일 자국 군.경 역시 수십명씩 숨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장세력에게 쉽게 `백기'로 비쳐질 이 같은 수를 둘 것으로 보는시각도 적은 게 사실이다.

무니르 만갈 아프간 내무부 차관이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라는 무장세력 측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이날 워싱턴타임스(WT) 보도는 강경한 아프간 정부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피랍자 석방교섭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아프간 정부 일각에서 무력사용을 의미하는 `인질구출 작전설(說)'이 제기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도 감지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프간 정부와 미국 등 관련국들은 탈레반 무장세력 측의 인질-수감자 맞교환 요구를 또다시 들어줄 경우 향후 인질사건이 되풀이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무장세력 측은 백 특사와 카르자이 대통령 면담이 끝난 뒤 인질 석방을 위한 새로운 통첩시한을 설정하고 탈레반 죄수 석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인질일부를 살해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또 무장세력 측이 1차로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 수감자 8명을 미국 통제하에 있는 인물이 포함되지 않은 수감자로 모두 바꿔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협상과정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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