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눠주러 갔는데…제발 잘 견뎌다오”

  • 입력 2007년 7월 29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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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런 일이 생긴 것인지 우리 가족은 알 수가 없구나.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항상 웃는 얼굴로 '하하'거리던 너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아프간 피랍 사태 11일째인 29일 피랍자 제창희(38·회사원) 씨의 어머니 이채복(69) 씨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서 하나뿐인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보고 싶은 창희야"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1남 4녀의 막내로 태어나 유난히 가족들의 귀여움을 받았던 창희 씨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심경이 배어났다.

이 씨는 "어려서부터 누나 사이에서 얼마나 사랑을 받고 살았니. 그 사랑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려고 그 힘든 곳을 갔는데…엄마와 가족을 생각하고 어려움을 견뎌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씨는 "사랑하는 창희야! 씩 하고 웃는 얼굴이 너무나 보고 싶구나.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않길 우리 모두 기도하자"며 끝을 맺었다.

이날 피랍자가족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모인 피랍자 가족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기다림에 극도로 지친 모습이었다.

일부 가족들은 끼니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고 한 피랍자 아버지는 교회 근처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불안을 달래기도 했다. 하지만 현지에서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을 피랍자들을 떠올리며 이들의 무사생환을 기원하는 희망의 끈만은 절대 놓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였다.

임현주 씨에 이어 두 번째로 육성이 공개된 유정화(39) 씨의 동생 정희(37) 씨는 안도와 불안이 교차하는 심경을 밝혔다.

정희 씨는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너무 반가웠다. 언니가 무사히 살아 있어서 너무 기쁘다. 하루 빨리 공항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정희 씨는 "언니를 비롯해 나머지 분들의 건강이 걱정이다. '22명 전원석방'이라는 보도만 기다릴 뿐"이라며 "언니가 너무 보고 싶고 안아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故) 배형규 목사의 형 신규(45) 씨는 "시신 장기보관이 어렵다는 정부 측 설명에 따라 항공편이 마련되는 대로 배 목사의 시신을 한국으로 운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족들은 당초 "배 목사가 봉사단을 인솔한 만큼 피랍자들이 풀려나면 함께 시신을 운구하겠다"고 밝힌 뒤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 마련됐던 빈소도 철수했다.

신규 씨는 "(운구가 이뤄져도) 피랍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날까지 모든 추모행위를 연기하고 장례 절차도 피랍자들이 귀국하는 날 치러질 것"이라며 "현재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피랍자 생환에 집중되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남=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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