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英 식민주의적 사고 버려라”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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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전직 연방보안부(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씨 독살 사건 용의자를 강제 송환해 달라고 요청한 영국에 대해 “식민주의적 사고(思考)의 잔재를 청산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서북쪽 자비도보 시 대통령 관저에서 친(親)크렘린 청년단체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의 제의는 러시아 헌법을 고치라는 것”이라며 “이는 러시아 국민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검찰은 23일 리트비넨코 씨 독살 사건 용의자로 모스크바에 살고 있는 안드레이 루고보이 씨의 강제 송환 요청에 대해 “러시아 헌법은 국민의 국외 추방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헌법을 고치라는 얘기는 명백히 식민주의적 사고방식”이며 “변화가 필요한 것은 러시아의 헌법이 아니라 영국인들의 두뇌”라고 강하게 영국을 비난했다.

그는 이어 “영국은 테러활동 혐의가 있는 사람들도 관련국에 송환하지 않고 있다”며 “영국은 식민지 국가 시기가 오래전에 끝났다는 점을 잊고 살아왔다”고 비꼬았다.

러시아 관영TV들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을 러시아 전역에 중계 방송했다.

푸틴 대통령이 범죄인 인도 문제를 놓고 영국을 비난함에 따라 영국-러시아 외교관 맞추방에 따른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더 타임스를 비롯한 영국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꺼져 가던 ‘리트비넨코 갈등’의 불씨를 되살릴 조짐이 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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