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 간다고 좋아했는데 무사히 돌아오길 빌뿐”

  • 입력 2007년 7월 20일 2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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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구글어스]
[출처=구글어스]
20일 아프가니스탄에서 신도 20여명이 납치된 것으로 확인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샘물교회에는 낮 12시경부터 교회 관계자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사태 파악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교회 관계자들은 봉사단이 칸다하르 도착 예정시간인 19일 오후가 지나서도 연락이 닿지 않아 불안해 하다가 20일 오전 11시 40분 경 외교통상부로부터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크게 당혹해했다.

교회 측은 납치된 신도 가족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한 뒤, 해외 봉사활동을 하면서 협력관계에 있던 한민족복지재단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다.

교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권혁수(57) 장로는 "13일에도 20명이 아프가니스탄으로 떠났고 23일 이들이 귀국할 예정"이라며 "현지에 가져간 휴대전화로 이들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 장로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한국 언론 보도를 볼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회 관계자는 "19일 점심 때 인솔자 대표인 배형규(42) 목사와 통화했다"며 "저녁에 연락이 오지 않아 혹시 납치된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결국 그게 맞았다"고 말했다.

납치 소식을 전해들은 가족과 교회 신도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유정화(여·39) 씨의 이모 곽정강 씨는 "이번에 두 번째 간 것이었는데 (조카가) 좋은 일을 하러 간다고 무척 보람 있어 했다"며 "오로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 50대 여성 신도는 "'함께 예배를 드리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교회로 왔다"며 "기가 막힐 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교회 측은 이날 오후 2시 경부터 1층 사무실에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한 채 대책회의를 잇따라 열었으며 교회 안팎에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혼잡을 빚었다.

남매를 둔 주부로 알려진 김윤영(35) 씨의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는 가족들이 집을 비운 듯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한 이웃 주민은 "김 씨가 평상시에 교회 봉사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이번에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서 걱정이 된다"며 "애들도 어린데, 무사해야 할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분당 샘물교회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서울영동교회의 네 번째 분립개척교회로 1998년 박은조(55) 목사가 설립했다. 교인수는 3200여명에 이르며, 6~7년 전부터 적극적인 해외 선교활동을 해왔다.

박 목사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한민족복지재단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지역에 '힐라 병원'을 개원해 의료봉사를 펼쳐왔고 이번에 납치된 샘물교회 신도들은 현지에서 선교사, 신도 등 3명과 합류해 칸다하르에 있는 병원과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었다.

납치된 봉사단원들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의 청년회원들이 주축이며 대학생과 주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성남=이성호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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