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데올로기 전쟁’…阿-중동 등 “CNN에 맞서라”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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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계 의사들이 조직을 이뤄 런던 테러를 기획했습니다.”(4일 영국 BBC)

“테러가 발생하면 일단 이슬람을 의심하는 서구 언론의 케케묵은 선동이 극에 달했습니다.”(4일 이란 프레스TV)

1990년 걸프전 당시 세계인의 이목은 온통 뉴스 채널 CNN에 집중됐다. 세계 여론도 한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이제 미국 CNN과 영국 BBC에 맞서 자국과 지역의 가치관을 반영하려는 미디어들 간에 ‘뉴스 이데올로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국제 뉴스, 우리 시각으로 전한다”=2일 개국한 이란의 24시간 영어 뉴스채널 프레스TV는 개국 일주일을 맞은 9일 “편견에 사로잡힌 서구 언론의 정보 독점에 맞서 다른 시각의 뉴스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방송의 홈페이지 여론조사도 9일 ‘이라크에서 점령군 철수가 평화 회복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향후 보도 방향을 짐작하게 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지난해 11월 전 세계를 겨냥해 영어 위성방송을 시작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5개국은 지난해 7월 위성방송 텔레수르를 개국하고 ‘남미의 알자지라’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영어 뉴스채널 ‘프랑스24’도 “프랑스의 가치관을 반영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다. 러시아와 중국도 각각 러시아 투데이와 CCTV-9을 출범시켰다.

아프리카도 ‘뉴스 독립선언’을 할 채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영방송 SABC는 이달 20일 아프리카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영어 위성채널을 개국해 ‘아프리카인에 의한 아프리카의 소식’을 세계에 전할 계획이다.

▽‘대안 매체’냐, ‘관제 언론’이냐=대안매체를 선언한 후발 방송들은 적극적으로 뉴스를 생산해 국제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케이블과 인터넷 홈페이지 서비스는 물론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위성방송의 홍수에 미디어 전문가들은 대체로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 뉴스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방송의 설립부터 운영까지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자칫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프레스TV와 텔레수르는 설립부터 운영까지 자금을 대부분 정부에 의존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자국 언론을 탄압하는 정부가 대안 방송을 내세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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