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도입 4년 일본, 74곳 난립… 4곳은 합격자 ‘0’

  • 입력 2007년 7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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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 4년째인 일본이 로스쿨의 난립에 따른 부작용을 겪고 있다.

일본의 로스쿨은 모두 74개에 이른다. 이 중 지난해 수료생을 배출한 58곳 가운데 34곳이 10명 미만의 합격자(입학 정원은 30∼300명)를 내는 데 그치는 등 상당수가 간판만 걸었을 뿐 사실상 로스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법무성에 따르면 로스쿨 수료자를 대상으로 5월 실시한 신사법시험 단답식 시험에는 4607명이 응시해 3479명이 합격했다.

논술식 시험을 추가로 거쳐 최종 합격하는 인원은 1800∼2200명으로 합격률은 39∼47%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48%의 합격률을 보인 지난해 제1회 신사법시험보다 낮은 수치다.

로스쿨에는 사회생활을 경험한 나이든 학생이 많아 이 같은 낮은 합격률은 심각한 고학력 실업자 문제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로스쿨 제도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바람직한 합격률을 70∼80%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학생수의 20∼30%는 과잉인 셈이다.

로스쿨의 문제점은 심한 편차를 보인 지난해 대학별 합격자 현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교토(京都)산업대 등 4개 로스쿨은 심지어 단 1명의 합격자도 배출하지 못했고 7개 로스쿨은 고작 1명을 합격시키는 데 그쳤다.

아직 수료생을 배출하지 않은 로스쿨도 16곳이나 되기 때문에 전체 합격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법시험 합격 실적이 미흡한 로스쿨 중 일부는 신입생 미달 현상이 발생하자 24시간 자습실을 운영하는 등 사실상 ‘고시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본의 종전 법률교육 체계나 법조인 양성 과정과 비슷한 시스템을 갖춘 우리나라도 자칫하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우리도 일본처럼 아직 법 전공이 세분되지 않았고, 실무 경험이 풍부한 교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충분한 실무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할 능력이 없는 대학을 걸러 내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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