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JFK공항 폭파 테러 음모 적발…“범행 실행땐 9·11 능가”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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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케네디(JFK) 국제공항을 폭파하려던 테러 음모가 적발됐다.

미 법무부는 케네디 공항의 유류저장고 및 이 저장고와 연결돼 뉴욕시내를 관통하는 석유 파이프라인을 폭파하려는 계획을 추진하던 일당 3명을 체포하고 1명을 추적 중이라고 2일 밝혔다.

이 중 1명은 남미 국가인 가이아나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로 소규모 항공사 직원 자격으로 케네디 공항에서 몇 년간 일했으며 나머지 3명은 가이아나 및 인근 섬나라인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알려졌다. 알 카에다 등 중동의 국제테러 조직이 개입된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계획 단계에서 적발된 이번 음모는 미국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졌다. 중동 및 남아시아에 이어 중남미의 이슬람 과격주의자들까지 서방세계를 노리고 있으며, 미국의 심장부를 겨냥한 대규모 테러 음모가 계속되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

미 당국은 지난해 시카고 시어스타워와 미 연방수사국(FBI) 건물을 폭파하려던 음모를 적발해 7명을 체포했고 지난달 6일엔 뉴저지의 포트딕스 군기지에 대한 테러 음모를 적발한 바 있다.

○…미 법무부는 “테러가 계획대로 실행됐을 경우 피해 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가공할 음모였다”고 밝혔다. 승객 터미널이나 여객기를 겨냥한 게 아니어서 인명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겠지만 하루 1000편 이상의 비행기와 연간 4500만 명이 이용하는 미국의 상징적 공항과 뉴욕의 석유 파이프라인이 타격을 입었을 경우 경제적 파괴 규모는 9·11테러보다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수사관계자 말을 인용해 “주도자들의 면면과 자금 동원력은 미약한 수준이었다”면서도 “이들이 중남미 이슬람 테러조직의 본격 지원을 받는 단계까지 계획을 진행했다면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이 공항 석유탱크와 연계해 파괴하려던 석유 파이프라인은 64km 길이로 케네디 공항에서 뉴욕을 거쳐 뉴저지 주 린덴을 잇는다. 다만 보안당국은 석유탱크가 폭발하더라도 차단 밸브가 있으며 파이프엔 공기가 없어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주모자인 러셀 디프라이트(63) 씨는 가이아나 출신의 미 시민권자로 케네디 공항 화물창고에서 일했다. 그는 FBI가 이슬람 근본주의자로 가장해 접근시킨 정보원에게 “미국을 뼛속 깊이 증오한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체포된 압둘 카디르 씨는 가이아나 국회의원 및 시장을 지낸 무슬림이다.

가이아나는 베네수엘라 동쪽에 있는 인구 77만 명의 작은 나라로 무슬림은 인구의 7% 정도다. 하지만 이 일대에서 암약하는 자마트 알 무슬리민이란 단체가 1990년에 인근 섬나라인 트리니다드 정부 전복을 기도했을 정도로 이슬람 과격파의 영향력이 크다.

디프라이트 씨는 케네디 공항 석유탱크를 4차례나 비디오로 촬영하고 수시로 가이아나를 오가며 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1월부터 정보를 입수해 은밀히 수사를 벌여 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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