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진정책…미일호 군사협력

  • 입력 2007년 6월 3일 18시 17분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러시아의 동진(東進) 정책과 일본의 대외 안보 협력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따라 두 나라의 대외 정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동진 행보=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일 모스크바에서 9300km 떨어진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방문했다.

그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외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섬을 밟기 위해 항공기를 세 번 탔다. 사할린의 유즈노사할린스크 시까지 러시아 국내선 민항기를 이용한 그는 사할린에서 쿠나시르 섬까지는 경비행기인 AN-12를, 쿠나시르 섬에서 쇼키탄 섬까지는 헬기를 탔다.

라브로프 장관은 쇼키탄 섬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3분의 1이 일본어를 배우고 있다'는 말을 듣고 "그것은 러시아가 일본과 친교를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4일과 5일 서울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을 만나 북한 핵 문제와 러시아-북한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지난달 말 북한 핵 실험에 따른 유엔제재에 동참하기로 선언한 뒤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러면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 연결 운행 등 북한 남한 간 삼각관계를 통해 협력의 틀을 넓히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또 올해 8월 8일부터 시베리아와 중국에서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과 연합 군사 훈련을 최초로 열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중국-러시아 양자 군사훈련은 많이 열렸지만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SCO 회원 6개국이 모두 참가하는 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최근 러시아와 서방 국가의 긴장 관계로 협력 통로가 점차 막히면서 러시아의 동진 행보가 앞으로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안보 연대 확장=러시아의 동진 드라이브 정책과 SCO 군사동맹 블록화 조짐에 맞서 일본은 미국 호주와 안보 연대를 다지고 있다.

규마 후미오 (久間章生) 일본 방위상은 2일 싱가포르에서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 브렌던 넬슨 호주 국방장관과 3자 국방장관 회담을 갖고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 일본 호주 3국의 방위담당 장관이 안보 회담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과 호주 양국 정부는 또 외무, 방위담당 장관이 참여하는 일본-호주 안전보장협의 위원회(2+2)를 6일 도쿄에서 열 예정이다. 양국 협의회에서는 일본 자위대와 호주 군의 공동훈련,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철폐를 위한 공동대응 등 구체적인 행동계획 수립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동진과 일본의 안보 연대 확대를 서로 견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라브로프 장관의 쿠릴 열도 방문에 대해 "일본의 영토반환 주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중국은 미-일-호 3국 국방장관 회담에 대해 경계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싱가포르 안보회의에 참석한 중국 측 참석자는 미-일 동맹관계를 제3국으로 확대하려는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정위용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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