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붙어보자”…美 MD확대에 러“재래식 무기 감축 유예”

  • 입력 2007년 4월 28일 03시 02분


오일 머니로 자신감을 되찾은 러시아는 지난해 미국 중간선거 이후 국제무대에서 미국 유럽과 대결하려는 속셈을 드러내 왔다.

미국이 폴란드와 체코에 배치할 계획인 미사일방어(MD)체제 문제를 놓고 러시아에 대화를 제의했으나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에 더 강경하게 대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이행을 유예하겠다고 선언한 날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모스크바에서 MD체제 문제를 논의한 다음 날인 26일. 미국이 러시아를 대화상대로 인정한 순간 러시아는 목소리를 높여 대결 구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냉전 시절 미국-소련 양자 대결을 경험했던 러시아가 과거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도전적 행보를 계속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모스크바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바라는 양자 대결 구도는 단기간에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는 시나리오와 맞물려 있다”는 관측이 쏟아진다.

일부 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거침없는 행보로 서방과의 외교적 마찰과 신(新)냉전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미국 유럽이 러시아와 맺었던 각종 군비 감축 조약도 무효가 되면서 군사력 경쟁 시대로 되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시아의 거침없는 행보는 푸틴 대통령 집권 말기까지 이어진 고유가에 힘입은 바가 크다. 푸틴 대통령은 26일 국정 연설에서 “경제는 곧 안보”라고 규정하며 “러시아가 세계 10대 경제권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수출은 한국을 제치고 세계 10위로 올라갔다. 러시아 수출에서 원유와 천연가스의 비중은 55%가 넘는다.

경제 성장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러시아는 천연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을 수시로 위협하는 모습이다. 유럽 국가는 2005년 1월 천연가스관 차단, 2006년 1월 원유관 차단과 같은 사태가 언제 재연될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1980년대 냉전 시절처럼 미국을 상대로 극한적인 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미국과 정면 대결을 벌일 만한 군사력을 아직 보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국제 이슈를 주도할 때 러시아를 설득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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