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죄 공포 확산 50곳 휴교-대피

  • 입력 2007년 4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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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한인사회 후유증 우려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미국 전역에서 학교공격 위협으로 휴교령이 내려지는 등 모방범죄(Copycat)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사건 당일인 16일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폭발물 설치 위협 소동이 일어난 것을 시작으로 20일까지 11개 주 50여 개교에서 학생 대피와 임시휴교 사태가 잇따랐다.

각 대학은 이번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인 사회는 이번 사건이 개인 범죄라고 보는 미국 사회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한인들이 위협을 당하는 등 불이익이 있을까 긴장하고 있다.

▽잇단 협박과 대피령, 불안한 학교=캘리포니아 유바시티에서는 학교 테러 위협으로 인근 공립학교 36곳이 20일 일제히 휴교했다.

제프리 카니(28)라는 남성이 18일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AK-47 소총과 폭발물, 독극물로 무장했다”며 “버지니아공대 사건은 별 것 아니었다고 느끼게 해 주겠다”고 말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협박범은 19일 밤 경찰에 자수했다.

워싱턴 주 시애틀 인근의 한 고교에서는 실탄이 장전된 총 3정을 갖고 학교에 온 고교생이 붙잡혔다. 불안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총기 소지가 의심되는 학생들을 신고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모방범죄 소동은 특히 콜럼바인고교 참사 8주년(20일)과 겹치면서 불안감을 더했다. 콜럼바인고교 사건을 언급하고 버지니아공대 참사를 찬양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고 있다.

아칸소 주 포트스미스의 한 고등학생은 책상 위에 “버지니아공대 사건 범인처럼 영웅이 되겠다”는 낙서를 했다가 체포됐다. 플로리다 주에서도 14세 학생이 “100명을 살해하겠다”는 e메일을 친구들에게 보내 경찰에 입건됐다.

▽위기 전파 및 안전점검에 불똥 떨어진 미 대학=총기 난사 사건의 피해가 큰 이유로 대학당국의 늑장 대응이 도마에 오르자 미국 전역의 대학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설 경비업체와 보안문제 전문가들은 대학 측이 학생들에게 긴급 메시지를 전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대학경찰 부본부장은 “경고 사이렌 시스템과 긴급 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는 방법이 함께 활용돼야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델라웨어 주 도버의 웨슬리대 베티 코플란 행정 부총장은 “일부 신청자만을 대상으로 했던 긴급 상황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전파를 모든 학생에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긴장해야” 한인 사회 분위기=버지니아공대는 다음 주 초 강의 재개를 준비하며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만 미국 내 한인사회는 후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는 19일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박계영(인류학과) 교수의 말을 인용해 “1992년 폭동의 희생양이었던 로스앤젤레스 거주 한인들은 이번 사건으로 발생할 어려움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이번 사건으로 미주 한인 사회에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한인 유학생을 비롯한 교포들은 야간 외출과 단체집회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미 의회와 전국총기협회(NRA)는 총기 구입 자격을 더 강화하는 법안 마련을 협의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20일 보도했다.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민주당이 다수당인 미 하원은 존 딩겔(미시간) 의원 등의 주도로 NRA와 협의해 이르면 24일까지 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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