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스인훙]원자바오 방일과 중일관계

  • 입력 2007년 4월 15일 2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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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가을 이후 3년간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지난해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물러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새로 취임할 때도 걱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국제사회에서 역사문제와 중국을 대하는 일본의 정책은 고립을 자초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외교정책’이 나왔다. 아베 외교의 특징은 대중 자세의 유연화, 군사력 강화, 민족주의 정치문화의 추동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우익 중에서도 강경한 주장을 천명해 온 아베지만 국내외로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외교노선을 설정한 것.

중국 지도부는 아베의 외교노선이 중국에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이른바 ‘전략실험’이라는 대담한 결정을 내렸다. 전략실험이란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를 더는 하지 않겠다고 중국에 명확히 약속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의 방중 제의를 거절하지 않고 나아가 수년간 중단됐던 ‘중-일 최고위급 회담’을 재개하기로 한 새로운 대일 외교전략을 말한다.

이로써 양국 관계에 ‘얼음을 깨는(破氷·파빙)’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지난해 아베 총리의 중국 방문 이후 양국 관계는 계속 개선되는 추세를 보였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방일은 이런 배경 아래서 이뤄졌다.

원 총리의 방일은 광범위한 성과를 거뒀다. 양국 총리가 회담 후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는 양국의 전략적 호혜 관계 원칙을 명확히 했다.

중-일 협력의 범위도 크게 넓어졌다. 과거 양국이 논의한 문제는 역사와 대만 문제 등 2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에너지, 군사교류, 경제 및 기술 협력, 동아시아 및 세계의 안정과 발전까지 협력 분야가 크게 넓어졌다. 원 총리의 말처럼 중-일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동중국해의 유전 개발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해소되지 못했다. 양국은 원 총리의 방일 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했지만 합의에 이르진 못했다.

원 총리의 일본 국회 연설은 중-일 양국은 물론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원 총리는 연설에서 중-일 양국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로 배우고 귀감을 삼았다는 점과 1972년 이후 일본 정부가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중국 침략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한 점, 일본이 전후(戰後) 평화국가의 방향으로 걸어간 점, 개혁개방 조치 이후 중국 현대화 건설 과정에서 일본이 지원해 준 것을 중국 인민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을 포함했고 중국인의 대국적인 자세와 미래를 향한 개방적인 태도를 명확히 보여 줬다.

하지만 중-일 관계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중대하고 곤란한 문제가 현존하거나 잠재돼 있다. 원 총리가 비록 ‘얼음을 녹이는 여행(融氷之旅)’을 했지만 중-일 관계의 미래는 여전히 변수가 많다.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를 다시 하면 양국 관계의 개선 추세는 크게 손상을 입을 것이다.

아베 총리가 신사 참배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하지만 그가 총리로 취임한 뒤 거둔 유일한 정치적 성과는 대중 관계 개선이다. 이를 없애는 모험을 하려면 그는 적어도 주저하지 않을 순 없을 것이다.

크게 보면 중-일 관계엔 늘 변수가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와 원 총리의 상호 방문 성과와 중국의 고속성장 및 평화대외정책, 중국의 대일 전략 개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일 관계의 미래는 점차 개선의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스인훙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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