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배우자 효과’에 운다

  • 입력 2007년 4월 14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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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본인 이혼경력… 약물복용 경험… 과거 스캔들

요즘 미국 TV 카메라는 미셸 오바마(43) 변호사를 부쩍 자주 화면에 비춘다. 버락 오바마(46·민주) 상원의원이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도 록스타 못지않게 인기를 누리자 배우자에게까지 대중의 관심이 이어지는 것이다.

프린스턴대를 거쳤고 하버드대 법대를 나온 미셸 변호사는 시카고대 병원의 대외담당 부원장직을 맡고 있다. 180cm의 장신인 그에게 백인 지지자가 다가와 악수하고 포옹하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미 언론은 최근 유권자 사이에서 “오바마 의원은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흑인 여성을 퍼스트레이디로 받아들일 수는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나온다고 전했다. 오바마 의원이 인종적 저항감의 장벽을 뚫은 뒤에도 아내 미셸 변호사는 감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백악관의 주인을 노리는 정치인은 누구나 이처럼 아내와 ‘공동 평가’를 받기 마련이다.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존 케리(민주) 상원의원의 경우 아내인 테레사 하인즈 씨가 ‘너무 직선적이고 공격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이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대선 후보들 중 배우자발(發) 감표 요인에 가장 골머리를 앓는 사람은 공화당 선두주자인 루디 줄리아니(63) 전 뉴욕시장이다. 이혼 2번에 결혼 3번이란 경력은 공화당의 보수적 유권자도 돌아앉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재의 아내는 제약회사 간부인 주디스 네이선(52) 씨.

존 매케인(71·공화) 상원의원은 44세 때 18년이나 차이 나는 재벌가 딸 신디(53) 씨와 재혼했다. 첫 결혼 때는 당시 재혼이었던 아내의 딸 2명을 데려왔고, 딸 하나를 낳았으며 현재의 아내와는 세 자녀를 두고 방글라데시에서 딸 1명을 또 입양했다.

최빈국을 상대로 자선사업을 해 온 아내는 한때 약물복용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결국 그의 아내는 매케인 의원에게 득표 또는 감표 요인을 모두 제공한 셈이다.

모르몬교도인 미트 롬니(60·공화)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고교 시절 첫 사랑이었던 앤(58) 씨와 결혼했다. 겉으론 가장 모범적이다. 아내는 기독교도였다가 남편을 만난 뒤 모르몬교로 개종했다. 아직 그의 아내는 언론의 주목을 크게 받지 않고 있다.

존 에드워즈(54·민주) 전 상원의원은 올해 3월 기자회견을 통해 아내 엘리자베스(58) 씨의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며 “계속 도전”을 외쳐 아내의 병세를 정치에 활용했는지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배우자발 득표 요인에서 가장 앞선 후보는 힐러리 클린턴(60·민주) 상원의원. 지지자들은 ‘하나 사면 덤으로 하나 더 드려요(buy one, get one free)’라는 표현을 쓰며 “힐러리 의원을 뽑으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대통령을 지낸 인물을 덤으로 받게 된다”는 논리를 편다.

힐러리 의원은 남편의 르윈스키 스캔들(1998년) 때 너무나 이성적이고 교과서적인 태도를 보인 나머지 인기 면에서 오히려 손해를 보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힐러리 의원에 대해 “정치적 야심 때문에 저런 것도 다 참을 정도니 얼마나 야심이 만만한가”라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도했다. 따지고 보면 ‘남편 효과’가 생각만큼 큰 것은 아니란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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