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스코세이지 감독, 6번 도전 끝에 오스카 거머쥐다

  • 입력 2007년 2월 27일 02시 52분


드디어 65세의 노장 마틴 스코세이지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현지 시간으로 25일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코닥 극장에서 열린 제79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영화 ‘디파티드’로 통산 여섯 번째 감독상 후보에 오른 스코세이지가 감독상을 받았다. 1981년 ‘성난 황소’ 이후 2005년 ‘에비에이터’까지 다섯 번 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쓴잔을 마셨고 두 차례 각색상 후보에 올랐으나 시상식 내내 박수만 치다 나왔던 그에게 이날은 ‘칠전팔기(七顚八起)’의 날이었다. 그가 연출한 디파티드는 작품상 등 4개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스코세이지의 날’이었다.

수상자가 발표된 순간 스코세이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 주변 사람들과 차례차례 포옹하고 무대로 걸어 나오자 2005년에 감독상을 가져갔고 이번에도 경쟁자였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모든 관객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열 번 정도 계속 ‘감사합니다’를 외치던 그는 자신의 수상이 믿기지 않는지 “(제가 맞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실래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출연 배우들에게 일일이 감사를 표한 그는 “지난 몇 년간 병원에 갈 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보는 사람마다 ‘오스카상 타세요’라고 말해 줬는데 많은 분이 염원해 줘서 수상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대 영화학과 출신인 그는 당초 신학교에 들어가 신부가 되려 했으나 영화로 방향을 틀었다. 1968년 ‘내 방문을 두드리는 게 누구인가’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1973년 ‘비열한 거리’로 주목을 받았다.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등 많은 걸작을 남겼다.

주로 뉴욕을 배경으로 반사회적인 고독한 인물이 등장하며 거침없는 폭력을 그리는 것이 ‘스코세이지 스타일’의 특징. 록(특히 롤링 스톤스의 음악) 음악을 즐겨 사용하며 로버트 드니로, 하비 카이텔, 디캐프리오 등이 그가 선호하는 배우들이다.

칸과 베니스 영화제, 골든글로브에서 모두 그의 작품성을 인정했지만 작품 속 반사회적 시각 때문인지 보수적인 아카데미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미국 언론들이 ‘이번에는 제발 스코세이지 좀 주라’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AP통신은 “전기 영화인 에비에이터가 훨씬 아카데미 스타일에 가까웠지만 스코세이지는 결국 자신의 장기인 ‘피 흠뻑 묻히는 범죄영화’로 돌파구를 찾았다”고 평했다. 디캐프리오는 시상식 전 인터뷰에서 스코세이지에 대해 “나의 스승”이라고 했으며 디파티드로 편집상을 받은 셀마 온메이커는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세계 최고의 영화 학교에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진행자 엘런 드제너러스가 ‘역대 가장 국제적인 아카데미’라 말한 것처럼 다양한 인종 국적 언어의 작품들이 후보에 올랐지만 그중 가장 할리우드 영화에 가까운 디파티드가 홍콩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작품상을 안았다.

남우주연상은 ‘라스트 킹’에서 우간다의 독재자 이디 아민 역할을 맡은 흑인 배우 포리스트 휘태커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역으로 ‘달인의 연기’라는 극찬을 받은 헬렌 미렌이 차지했다.

이 밖에 멕시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는 촬영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고 최다(8개) 후보에 올랐던 ‘드림걸즈’는 음향상과 여우조연상을, 7개 후보에 오른 ‘바벨’은 작곡상을 받았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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