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타결…내부 비판 염려하는 미국, 환호하는 중국

  • 입력 2007년 2월 13일 18시 31분


13일 9·19 공동성명 초기이행조치 합의서가 발표된 뒤 각국은 일단 북한의 핵 폐기를 향한 첫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북한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할지에 대해선 경계심을 나타냈다. 특히 미국 측은 이번 합의서를 둘러싼 국내 여론에 신경을 쓰이는 분위기다.

▽내부 비판 염려하는 미국=베이징(北京) 6자 회담 합의에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일정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핵무기와 핵물질의 폐기라는 진짜 목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며 국제사회의 공조체제가 결코 흔들려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내 최고의 핵전문가로 꼽히는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는 13일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최종 합의문을 보지 못해 단정할 수 없지만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오랜 시간이 걸릴 여정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선 이미 지난달부터 북한이 핵시설에 대한 협상과 핵무기·핵물질에 대한 협상을 분리해 전자는 융통성을 보이되 후자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팽배해 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본질적인 핵 폐기와 무관한 이번 합의로 인해 유엔 제재 및 한국정부의 인도적 지원중단(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결정) 등으로 형성된 국제 공조가 흔들려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잃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도 "사소한 문제로 시한을 지키지 못한 채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북한을 최종 핵 포기로까지 끌고 가기 위한 한미일 간의 조율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은 이번 합의 소식을 전하며 부시 행정부가 내부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투른 외교(poor diplomacy)로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됐다는 민주당의 비판을 물론이고 중요한 순간에 약점을 보였다는 보수파의 반발을 살 것이라는 주장이다.

네오콘(신보수주의)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대사는 CNN에 출연해 "이번 합의는 미 행정부의 기본 원칙에 어긋나며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부시 대통령은 합의내용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뜩찮은 일본, 환호하는 중국=납치 문제의 해결을 북한에 대한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적어도 초기단계의 보상조치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13일 일본 언론은 예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은 납치 문제가 있어 에너지 지원이나 원조는 어렵다"면서 "다만 6자 틀 안에서 각국이 북한을 재촉하는 데는 일본도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해 일본이 간접 협력에 머물 생각임을 강조했다.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은 한때 무용론까지 제기됐던 6자회담에서 처음으로 북핵 폐기 이행을 위한 첫 공동선언문이 합의된 데 대해 매우 기쁜 표정이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뉴스 전문 채널인 신원(新聞)방송은 이날 6자회담 폐막식을 이례적으로 현장 중계해 중국 정부의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했다.

러시아 언론은 직접적인 대북 중유지원 대신 북한이 러시아에게 진 채무 탕감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북한 대외부채 탕감 문제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북한 채무 탕감 문제는 올해 3월 모스크바에서 북한 러시아 협상단이 논의할 예정이다.

▽유엔 제재는?=지난해 10월 만장일치로 채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시설을 폐쇄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이 이뤄진 뒤에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 결의는 핵시설의 폐기 외에도 보유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 다양한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엔 제재의 해제는 북한이 핵무기와 플루토늄의 폐기가 이뤄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미국 내부에서 논의되던 추가적인 제재 움직임은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당분간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도쿄=서영아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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