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개월 사이 세계 각지서 AI 기승부릴 듯"

  • 입력 2007년 2월 5일 15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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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가금류에서도 발견된 가운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몇 개월 사이에 AI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고 유엔 관계자 등 전문가들이 4일 경고했다.

유엔에서 AI 문제를 총괄하는 데이비드 나바로 박사는 이날 자카르타 열린 AI 관련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국 사례는 1~2개월 내 유럽 전역에서도 AI가 추가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나바로 박사는 "유럽은 다른 지역과 달리 가금류가 사람들과 별도 장소에서 사육되고 있어 유럽에서 사람이 H5N1 바이러스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다"면서도 "그러나 바이러스의 변종은 아프리카든 유럽이든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레고리 하르틀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은 영국에서 H5N1 바이러스가 발견된 사실을 언급하며 "유럽 주민들은 AI 발생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나바로 박사는 "최근 몇 년 동안 AI는 11월에서 5월 사이 감염된 철새들이 가금류와 접촉하는 시기에 많이 발생했다"면서 올 봄 세계적인 AI 바이러스의 확산 가능성을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유럽 외에도 최근 일본과 한국 등에서도 AI 가금류의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사람이 AI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한 일들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3일 영국 런던 북동쪽 서퍽의 로우스토프트 인근 농장에서는 16만 마리에 이르는 칠면조 가운데 2500마리가 죽었고 이후 역학조사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난해 스코틀랜드 지역의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일은 있으나 사육 조류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바이러스는 지난달 헝가리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아시아 변종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영국 정부 발표다.

지난달 헝가리의 남동부 거위 농장에서 H5N1 바이러스가 발견돼 9400마리가 도살처분됐으며 이후 크로아티아 등 인근 국가들이 헝가리산 가금류 수입을 금지했다 영국 정부는 문제의 농장 반경 3km 내에 있는 칠면조 등 가금류 15만여 마리를 도살처분하는 등 긴급 방역에 나섰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6일 27개 회원국 수의학 및 전문가 회의를 열고 AI 발생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나이지리아에서는 스물 두 살 먹은 여자 한 명이 이번에 영국에서 발견된 H5N1 바이러스와 같은,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했다.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사람이 AI 바이러스에 감염, 사망한 첫 사례다.

또 일본 농수산성은 지난달 말 오카야마현 양계장에서 닭 수 십 마리가 폐사한 뒤 역학 조사를 벌인 결과 H5N1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콩 행정당국도 최근 카우룽(九龍) 인근에서 죽은 채 발견된 매 한 마리와 까마귀 한 마리가 H5N1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WHO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세계적으로 H5N1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271명이며, 이 가운데 165명이 사망했다. 특히 사망자 중 3분의 1이 인도네시아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AI가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판단, '국가 재난'을 선포할 예정이라고 현지 언론이 1일 보도한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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