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롤링스톤스가 네덜란드에 재단 세운 이유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1분


코멘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롤링스톤스’ 보컬 믹 재거의 공통점은? 정답은 인기 스타면서도 막대한 로열티 수입의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것. 비결은? 튤립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에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인기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에게 네덜란드가 ‘세금 천국’으로 부상했다고 4일 보도했다. 네덜란드는 자국의 회사를 통해 들고 나는 지적재산권 관련 수입에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영국 4인조 록밴드 롤링스톤스 멤버 중 론 우드를 제외한 3명은 네덜란드에 설립한 재단을 통해 수입을 관리한다. 이들은 최근 20년간 음반 판매와 이름 및 초상 사용권 등으로 4억5000만 달러(약 4217억 원)를 벌어들였지만 세금은 1.6%인 720만 달러(약 67억4700만 원)만 냈다. 영국의 세법을 따른다면 수입의 40%를 세금으로 냈어야 한다.

코카콜라 나이키 구찌 같은 다국적 기업들도 네덜란드에 지주회사를 설립해 면세 혜택을 누린다. 이들의 특허권도 지적재산권이어서 면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적재산권 관련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외국계 회사나 부자들이 네덜란드에 세운 회사와 재단이 2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네덜란드로 몰려드는 이유는 세제 혜택 외에도 △행정 처리가 빠르고 외국인에게 개방적이며 △외국어를 잘하는 고급 인력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같은 부자들의 합법적인 세금 회피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제3세계의 에이즈와 가난 퇴치 운동을 벌여 노벨평화상 수상 후보자로 자주 거론돼 온 록그룹 ‘U2’ 리드싱어 보노에게는 ‘위선자’라는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U2는 지금까지 9억800만 달러(약 8500억 원)를 벌어들였는데 최근 모국인 아일랜드의 세법 개정으로 감세 혜택이 줄자 대부분의 자산을 암스테르담으로 옮겼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