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中 인민대표 박수부대 오명 벗나

  • 입력 2007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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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기’ ‘꼭두각시’라고 불려온 중국의 인민대표와 정치협상회의(정협) 대표위원들이 정부 간부를 면전에서 질책하고 추궁하는 등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의 인민대표와 각종 민주당파 및 사회단체 대표로 구성된 정협 위원은 그동안 정부가 제출한 보고서와 예산을 박수로 통과시켜 주는 ‘박수부대’로 불리기도 했다.

중국 관영 런민(人民)일보의 인터넷 사이트 런민왕(人民網)은 최근 인민대표와 정협 위원들이 이런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민 대신 감독하는 대표’=지난달 27일 광저우(廣州) 시 인민대표회의에서 쑨아이빈(孫愛賓) 광저우 시 건설위원회 노동보험반 주임은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양진롄(楊錦련) 판위(番(옹,우)) 구 대표로부터 혼쭐이 났다.

그는 양 대표가 “시의 건설위가 지난해 받은 노동보험금을 올해 또 거둔 이유가 뭐냐”고 질의하자 노동보험금의 개념, 노동보험반의 설치 배경, 운영상황을 1시간에 걸쳐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이는 정부 관리들이 인민대표의 추궁을 피해가기 위한 대표적인 수법.

양 대표는 답변 도중에 말허리를 자르고 “엉뚱한 말 그만 하고 질문에만 대답하라”며 쑨 주임을 강하게 질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열린 충칭(重慶) 시의 ‘시민과의 간담회’에서는 레이헝순(雷亨順) 정협 위원이 일부 직업학교가 돈을 벌기 위해 불법적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질의했으나 대답이 시원하지 않자 답변하던 시 교육위원회 부주임을 가차 없이 몰아붙였다.

▽고위관리 추궁…예전엔 없던 현상=런민왕은 “정부의 고위책임자를 추궁하는 인민대표 및 정협 위원의 이런 모습은 예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라며 “이들이 진실로 인민의 이익을 위해 행정관리를 감독하겠다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전엔 행정기관 최고책임자나 고위 간부를 추궁하기는커녕 칭송하는 말만 늘어놓기 일쑤였다는 것. 특히 인민대표는 ‘만나면 악수하고(見面握手), 회의 열면 손을 들고(開會擧手), 폐막하면 박수하는(閉幕拍手)’ 게 전부여서 ‘삼수대표(三手代表)’라고 불렸다.

따라서 정부 관리 역시 걸핏하면 회의나 열어 틀에 박힌 말을 한 뒤 틀에 박힌 보고서나 만드는 그릇된 근무 습관이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왔다고 런민왕은 지적했다.

런민왕은 “이번 사건은 인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고 놀고먹으면서 형식주의에 빠진 관리들에게 큰 충격을 줬을 것”이라며 “이는 1941∼42년 마오쩌둥(毛澤東) 주석이 옌안(延安)에서 정풍운동을 일으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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