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틀러’…‘차베스 포고령=법’ 베네수엘라 의회 표결 통과

  • 입력 2007년 2월 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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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절대군주 시대로의 진입이다.”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조치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의회로부터 ‘포고령 입법권’을 부여받았다. 앞으로 18개월간 국정의 핵심 11개 분야에 대해 포고령만으로 법을 만들어 시행할 수 있는 강력한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결정 절차도 이례적이었다. 베네수엘라 의회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 시내 광장에서 특별회의를 개최해 만장일치 거수 표결로 포고령 입법권 부여 법안을 통과시켰다. 실리아 플로레스 의장은 통과를 선포한 후 “국민주권 만세, 차베스 대통령 만세. 사회주의 만세”를 외쳤고 집권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차림의 차베스 지지자 500여 명은 ‘사회주의는 민주주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환호했다.

▽어떻게 달라지나=차베스 대통령은 포고령을 통해 △최대 통신회사(CANTV)와 전기사업의 국유화 △부유층에 대한 새로운 세금 부과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를 시행할 수 있다. 또 △행정 조직 편제나 은행 세제 보험 금융규제의 개혁 △군 조직 개편 등 안보 및 국방문제 결정 △분배 형평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사회경제적 모델 채택 등에 있어서도 ‘1인 의회’의 권한을 갖는다. 그는 또 ‘민중에게 권력을 주기 위해’란 명목으로 지방에 수천 개의 ‘공동체 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런 변화는 서방의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차베스 대통령은 오리노코 강 중질유 개발에 참여해 온 서방 기업들이 국영 합자회사에 들어와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들 기업이 동의하지 않아도 차베스 대통령은 이를 강행할 수 있게 됐다.

▽전체주의로의 회귀인가=선동정치가, 포퓰리스트로 불려 온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선에서 63%의 지지를 받았고 야당은 거의 무력화된 상태다.

차베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한 베네수엘라 신문의 이날 제목은 ‘Heil Hugo’였다. ‘하일(만세) 히틀러’를 외치며 히틀러에게 절대 권력을 안겨 준 1930년대의 독일을 연상케 한다는 뜻이다.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가진 베네수엘라에는 아직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이 있지만 차베스 대통령은 대선 후 자신에게 비판적인 방송사 RCTV의 방송 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AP통신은 “비판론자들은 이번 포고령 권한 부여 조치를 전체주의 사회로의 급격한 진입으로 부른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회견에서 “베네수엘라 국민이 걱정되며 민주 시스템이 손상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이번 조치는 민주주의와 평화의 씨를 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고령 입법권이 베네수엘라 헌법에 위배되지는 않는다. 이전의 대통령들도 비록 훨씬 약한 내용이고 기간도 짧았지만 포고령 권한을 부여받은 바 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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