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식비,서울202달러 >도쿄158달러 >쿠알라룸푸르75달러

  • 입력 2007년 1월 3일 02시 54분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특1급 호텔에서 한국과 캐나다 관광업계 기업인 행사를 열었던 주한 캐나다관광청 직원들은 참석한 캐나다 기업인들에게서 적잖은 불평을 들었다.

체크아웃을 해보니 1일 숙박비(싱글룸)가 29만 원이나 나왔기 때문. 아침식사가 포함되지 않은 서울에서의 1일 숙박비가 300달러가 넘는다는 사실에 캐나다 기업인들은 “비싸도 너무 비싼 도시”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나마 주한 외국관광청 행사라 호텔 측이 30%를 특별할인해 준 가격이었다.

손현중 주한 캐나다관광청 소장은 “과거 비슷한 행사를 가졌던 태국 방콕에서는 최고급 호텔에 푸짐한 뷔페식 아침식사까지 포함해 18만 원이면 모든 게 해결됐다”며 “서울에서 아시아 지역 행사를 갖자고 제안해도 체재비가 너무 비싸 성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세계 10대 도시로 우뚝 선 서울. 이제 서울의 목표는 뉴욕 파리 런던처럼 ‘세계인들이 관광하러 오는 메트로폴리스’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광시장 성장률은 7.8%였다. 지구촌이 몇 년째 잇단 테러와 자연재해로 공포에 사로잡혀 있지만 아시아지역에서만큼은 관광산업이 세계 평균 성장률 4%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로 급성장하고 있는 ‘기대주’다.

한국 방문 관광객의 80%가 서울을 다녀간다는 통계에 비추어 보면 서울이 관광도시가 되는 것은 ‘관광산업 선진국 한국’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그러나 정부가 목표로 내세운 ‘2010년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달성’이나 오세훈 시장이 한술 더 떠 선거 때부터 공약으로 내세운 ‘2010년 관광객 1200만 명 달성’의 꿈은 멀어만 보인다.

최대 걸림돌은 서울의 체재비다.



○ 서울의 식비, 몬테카를로 이어 세계 2위

지난해 12월 20일 낮 일본 도쿄시내 중심가 신토쿄(新東京) 빌딩 지하 1층의 퓨전음식점 ‘오토야(大戶屋)’. 점심시간대에는 보통 10∼20분씩 줄을 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 인기 음식점에서 특선 오토야런치(598엔)와 고등어구이정식(640엔)을 주문했다. 합계가 1238엔. ‘100엔=780원’의 환율을 적용하면 9656원으로 1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1인당 5000원꼴이다.

사흘 뒤인 12월 23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푸트라세계무역센터(PWTC) 부근 쇼핑몰 내 푸드코트 ‘항투아’. 연간 관광객 2000만 명에 육박하는 관광대국의 수도, 그중에서도 번화가인 이곳에서는 한국 돈으로 1000원대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볶음밥인 ‘나시잠보’, 국수를 두부 새우 달걀 등과 함께 볶은 ‘미고랭’ 등이 음료수를 포함해 5링깃(약 1315원)이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관광산업 전문지 ‘비즈니스 트래블 뉴스’가 발표한 2006년 세계 100대 도시 체재비에 따르면 식비(특1급 호텔을 이용하는 비즈니스맨의 조·중·석식 비용)만으로는 서울이 202달러로 전 세계 부호들의 휴양지인 몬테카를로에 이어 세계 2위였다. 도쿄는 158달러(8위)로 서울보다 44달러나 적었고, 쿠알라룸푸르는 127달러 적은 75달러(68위)였다.

2005년 발표 때만 해도 서울의 1일 식비는 134달러(23위), 도쿄가 156달러(10위)였지만 1년 만에 역전된 것. 호텔 숙박비 역시 서울이 2005년 313달러(42위)에서 2006년 365달러(14위)로 52달러 오른 반면 도쿄는 같은 기간 456달러(5위)에서 384달러(9위)로 72달러가 오히려 줄었다. 2005년 112달러에서 올해 109달러로 소폭 호텔비가 싸진 쿠알라룸푸르는 2년 연속 조사대상 100대 도시 중 100위를 기록했다.

○ 일본에도 밀리는 관광 서울의 가격경쟁력

‘너무 비싼 도시’ 서울의 가격경쟁력 열세가 실제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관광객 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2005년 602만 명이었던 한국의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6년 615만 명으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그러나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에서 한국에 뒤져 있던 일본은 2003년부터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해 2005년 673만 명, 2006년 730만 명으로 격차를 점점 더 벌려 나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파죽지세는 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998년 500만 명 수준이었던 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2년 만에 1022만 명(2000년)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02년 1329만 명, 2004년 1567만 명, 2006년 1740만 명 등으로 ‘꿈같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주로 상대하는 국내 ‘창스여행사’의 장유재 사장은 “일본인 다음으로 한국을 많이 찾는 관광객이 중화권인데 한국의 체재비가 동남아시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강신겸 수석연구원은 “100달러 안팎으로 이용하면서도 외국어 서비스 등을 잘 받을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서울의 땅값이 너무 올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쿠알라룸푸르=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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