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엄마의 위대한 모정

  • 입력 2006년 12월 20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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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찾아 베트남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건너왔다. 그것도 모자라 캘리포니아 전역을 두 발로 누볐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19일자에 소개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한 어머니의 '위대한 모정'이다.

하이응웬(57) 씨는 9월 LA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수중에는 빌린 돈 600달러와 장남 투안(36)이 LA 인근 샌타애나에서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 빛바랜 아들 사진 뿐.

통일 전 남베트남의 군인이었던 남편이 전투에서 숨지자 하이응웬 씨는 16세 된 맏아들 투안을 밀항선에 태워 미국으로 보냈다. 한동안 투안은 시계 수리공으로 일하며 잘 살고 있다는 편지를 보내왔다. 그러나 4년 전 편지가 갑자기 끊겼다.

하이응웬 씨는 2001년 난소암 판정을 받았다. 2개월 밖에 못 산다고 해 수술과 항암치료를 포기했다. 그러나 기적처럼 암은 악화되지 않았다. 아들을 찾고 싶었다.

생애 처음으로 미국에 온 그녀는 아들의 옛 주소지부터 찾았지만 아들은 그 곳을 떠난 지 이미 오래였다.

관절염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녀는 매일 수㎞ 이상을 걸었다. 유일하게 아는 영어인 '소리(Sorry)'를 외치며 아들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전단도 뿌렸다. 이윽고 여행 경비도 떨어졌다.

그의 사연은 베트남인들이 모여 사는 LA 웨스트민스터의 '리틀 사이공'에 알려졌다. 지역라디오에도 사연이 방송됐다. 성금 1000달러가 모였다. 웨스트민스터 경찰은 투안이 강도짓을 저질러 수감된 뒤 석방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LA를 헤매던 그녀에게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너제이에서 아들을 봤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이응웬 씨는 새너제이 거리의 노숙자들을 뒤졌다. 마침내 지난달 19일 담요를 뒤집어 쓴 채 식당에서 구걸하는 노숙자를 발견했다. 투안이었다.

초점 없는 눈을 한 아들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어머니가 이름을 부르자 그는 "사람 잘 못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껴안으려 하자 그는 밀쳐냈다. 아들의 주머니에는 단돈 69센트가 들어있었다. "날 놔둬요, 아줌마."

그럴 수는 없었다. 1만2874㎞를 날아와 무너지는 마음을 추슬러가며 3개월 간 걸어 헤맨 까닭은 오직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재 아들과 새너제이의 한 베트남 사원에 머물고 있다. 정신병을 앓고 있는 만신창이 아들을 병약한 어머니는 정성들여 돌보고 있다. 하이응웬은 비자가 만료되는 내년 1월 전에 투안을 데리고 베트남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투안과 함께 지낸 지 5일이 지나 하이응웬은 지난 20년 동안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 "어머니…."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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