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억 글로벌 중산층 ‘지구촌 혁명군’ 된다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일러스트 황중환 기자
일러스트 황중환 기자
《세계은행(IBRD)은 13일 지금부터 약 한 세대에 해당하는 2030년까지의 글로벌 경제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매년 1∼2년간의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놨으나 이번에는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글로벌 경제를 예측해 보자는 취지라고 IBRD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25년 동안 밀려올 세계화의 새 물결을 예측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극복해야 할 불안 요인과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세계은행 예측 ‘2030년 새조류’

2030년의 키워드는 ‘글로벌 중산층(Global Middle Class)’.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경 없는 상품 생산과 소비를 선호하며, 더 나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열망하는 글로벌 중산층이 현재 4억 명에서 2030년에는 12억 명이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IBRD)은 전망했다. 글로벌 중산층이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7% 안팎에서 15%까지 늘어나는 것이다.

IBRD는 ‘글로벌 경제 전망 2007: 세계화의 차세대 조류’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가 이전 25년(1980∼2005년)보다 향후 25년(2006∼2030년) 동안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성장의 견인차로 개발도상국, 그중에서 특히 중국 베트남 등이 포진해 있는 동아시아 지역을 지목했다.

향후 개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는 글로벌 중산층의 양적 팽창을 몰고 올 것이며, 이들이 요구하는 경제 개방, 정부·기업의 투명성 제고, 부패 방지는 정부 정책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207쪽에 달하는 장문의 보고서는 글로벌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득 불균형 심화, 노동시장 갈등, 환경오염이라는 3대 위협 요인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 글로벌 중산층, 그들은 누구인가

IBRD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중산층은 가구당 소득이 연 1만6000∼7만2000달러(구매력 기준)에 속하는 계층을 말한다. 글로벌 중산층에 편입된 인구 비중은 개도국에 비해 선진국이 훨씬 높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점은 개도국 인구 중 글로벌 중산층에 속하는 인구 비중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글로벌 중산층은 2000년 5600만 명에서 2030년 3억6100만 명으로 6배 가까이 급증할 전망이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을 전면적 샤오캉(小康)사회 건설의 목표연도로 잡고 있다. 샤오캉은 나름대로 여유 있는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글로벌 중산층은 개방과 세계화를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상품과 서비스 구매에서 국가 간 장벽에 구애받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적극 참여한다.

이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게 될 분야는 교육과 의료 서비스. 보고서는 “중산층의 지대한 관심거리는 더 나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며 “외국 교육기관과 병원의 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중산층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이들의 영향력이 단순히 경제 분야에 머물지 않고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아직 대다수 개도국에서 중산층이 평균 유권자 층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친(親)시장 정책을 외면하고 있지만 2030년경에는 정책적 판단에 중산층의 입김이 지대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와 기업의 투명성 제고, 부패 방지, 환경보호 등도 중산층이 선호하는 정책 의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 세계화의 성패, 정책 대응력에 달렸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의 방향을 결정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인구 변화 추세다. 현재 65억 명인 세계 인구는 개도국 위주로 연평균 6000만 명씩 늘어나 2030년 8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노동력 인구도 현재 30억 명에서 2030년 41억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구 증가에 힘입어 글로벌 경제의 생산 규모는 2005년 35조 달러에서 2030년 72조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성장의 열차가 궤도를 이탈할 위험성도 있다.

무엇보다 세계화의 혜택이 국가 간, 국가 내에서 계층 간에 고르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3분의 2 이상의 개도국에서 소득 불균형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서비스 산업의 국제적 아웃소싱 확대가 노동시장에 새로운 압박을 가하면서 일부 임금에 하향 조정 압력이 일어나고 있으며 직업 안정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생산 증가와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른 환경오염과 희소자원 낭비도 글로벌 경제성장의 성과를 훼손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세계화의 3대 위험 요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는 각국의 정책 대응력에 달려 있다.

세계적 대세인 글로벌 통합에 저항하기보다는 무역과 외국인투자에 개방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정책이 미래 성장과 고용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세계화의 열매가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 기술 이전 등에서 빈곤층을 배려하는 사회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노동, 자산, 지식 같은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조직해 매력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이번 보고서를 총괄 감독한 프랑수아 부르기뇽 IBRD 수석 부총재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정책 결정자들은 성장이 지속되고 폭넓게 공유되며, 환경에 타격을 주지 않는 방안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