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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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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시모토 데쓰야(橋本哲哉) 가나자와대 부학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충실히 받아들여 대학운영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우리 대학의 생각”이라며 활발한 의견개진을 당부했다.
먼저 4명의 주민이 발언했다. 내용은 생활의 터전인 지리하마(千里濱)의 백사장이 자꾸만 침식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구와이라는 작물을 기르고 있는데 그 성분을 알고 싶다, 재배 중인 빨간무를 브랜드화할 방법을 알려 달라, 이시카와 현의 건조물 중에는 국보가 하나도 없는데 묘조(妙成)사의 5층탑이 국보로 지정될 수 있도록 대학 측이 노력해 달라는 등 다양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교수와 전문가들이 대답했다. “지리하마 백사장 보호를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한데 정부는 (주민들은 원치 않지만) 구조물을 설치해야만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현지 주민들이 자리를 마련하면 언제든지 가서 자세히 설명해 주겠다고 대답했다. 구와이에 대해 답변한 대학 관계자는 “일단 내가 구와이를 좋아해야 하니까 여분이 있으면 좀 달라”고 해 웃음이 터졌다. 그는 구와이와 빨간무를 대학으로 갖고 가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국보지정 문제는 5층탑을 가장 잘 알고 사랑하는 하쿠이 시민들이 먼저 주민운동을 통해 열심히 광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이 나왔다.
다음은 자유로운 질의응답. 도부로쿠(탁주)를 만들고 있다는 한 주민은 “지하수로 만들어 보니 부패가 빨랐다”며 “현물을 가져왔는데 마셔보고 어떤 물을 쓰면 좋을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 현립대학에 발효학 전공자가 있으니 분석을 부탁하겠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 지역 특산 쌀로 유명한 미코하라(神子原)미를 재배하고 있다는 한 주민은 이 쌀을 온라인에서 팔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우노 후미오(宇野文夫) 지역연대 코디네이터는 “요즘 광고가 줄어들면서 TV방송국이 직접 브랜드 상품을 육성해 팔아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사례도 있다”며 TV방송국과 연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침 이 타운미팅을 벤치마킹하러 온 가코 도시유키(加古敏之) 고베(神戶)대 교수는 “열기 있는 모임에 감동했다”며 고베에서 시도하고 있는 ‘6차산업’을 소개했다. 6차산업이란 ‘1×2×3차=6차’에서 나온 말로 자신이 생산한 1차 생산품을 직접 가공(2차)해서 판매(3차)까지 하는 방식. 대도시가 이런 방법을 쓰고 있으므로 논밭과 바다, 산이 모두 있는 하쿠이 시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만하다는 제안이었다.
대학 측 사회자가 “여기서 나온 얘기는 민학(民學)연계를 통해 반드시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정리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모토요시 가즈히로(本吉一寬) 하쿠이 시 부시장도 “하쿠이 시의 모든 문제는 가나자와대가 확실하게 뒤를 봐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화답하는 것으로 2시간에 걸친 이날 모임은 끝났다.
▼“지역 살리는 것이 곧 대학이 사는 길”
가나자와대는 사회공헌실을 따로 두고 있으며 하시모토 부학장이 실장을 맡고 있다. 사회공헌실은 ‘지역과 함께’라는 정보지도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하시모토 부학장이 소개하는 대학의 지역 공헌 사업은 다양하다. 1999년부터 인간과 자연의 공생을 목표로 대학과 주민이 손잡고 자연을 보호하는 ‘사토야마(里山·우리 동네 산) 프로젝트’는 이 대학의 자랑거리다.
이 밖에 의욕적인 시민을 정규 대학원생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전 단계 교육인 시민대학원, 가나자와의 전통과 문화를 전수하는 가나자와학(學), 지역 경제에 관한 특별강좌인 지역경제숙(塾), 노토(能登)반도에 설립한 자연학교 등을 통해 대학의 연구 성과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하시모토 부학장은 “도쿄대는 세계에 공헌한다는 생각에서 지역 공헌은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가나자와대는 호쿠리쿠(北陸) 지방의 종합대로서 지역 공헌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대 전통술-교토대 佛식당 새 명물로
‘커뮤니케이션 센터’는 도쿄대의 상징인 아카몬(赤門) 바로 옆에 있다. 2005년 3월 정식 오픈했다. 여러 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문구용 상품도 많지만 학내의 연구결과를 활용해 만든 상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2만5000병이나 팔린 우사키(御酒)라는 오키나와 전통 술. 전쟁통에 누룩균이 모두 죽어버려 기록에만 남아 있던 추억의 술이었다. 그러나 도쿄대 교수가 1935년에 채집해 놓았던 누룩균이 연구실에 진공상태로 보존되어 있다는 사실이 63년 만인 1998년 확인됐다. 학교 측은 이를 오키나와로 보내 이듬해 이 술을 되살려냈다.
햇볕에 5시간만 노출시키면 언제나 다시 쓸 수 있는 냄새제거용 광촉매 시트도 인기상품. 7월부터는 아미노산 연구 결과를 활용한 건강보조식품이 최고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 내년 4월에는 도쿄대와 관련이 있는 향기를 모티브로 한 향수를 발매할 예정이다. 어떤 향수인지는 ‘기업비밀’이라며 밝히질 않았다.
‘라 투르’는 프랑스어로 ‘탑’이라는 뜻. 식당이 교토대의 상징인 시계탑 건물 1층에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2003년 12월에 개업했다. 점심에는 늘 ‘대단히 죄송하지만 만석이오니 이름을 써낸 뒤 기다려 달라’는 안내문이 붙을 정도로 장사가 잘된다.
당초 외부 손님을 위해 만든 만큼 교내 손님(교수와 직원, 학생은 거의 없다)과 외부 손님(지역주민과 관광객) 비율이 5 대 5가 될 정도로 외부 손님이 많다. 관광시즌에는 외부손님이 70%를 훌쩍 넘겨 교직원도 자리 잡기가 힘들다고 푸념할 정도. 많을 때는 하루 150명의 손님이 찾는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만들었다는 점에서 두 곳을 법인화 이후 도쿄대와 교토대의 상징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도쿄·교토=심규선 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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