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고립된 차 안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한 재미 한인 제임스 김(35) 씨의 용기가 전 미 대륙을 감동시켰다. 4일 부인 캐티(30) 씨와 두 딸 피널롭(4) 사빈(7개월) 양은 9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하지만 구조를 요청하기 위해 가족과 헤어졌던 김 씨의 행방은 아직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지 경찰은 헬기와 수색견을 동원해 김 씨가 실종된 미국 오리건 주 남부 산악지대인 베어캠프 뷰포인트 인근 로그강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다. CNN과 폭스TV 등 미 언론은 수색 작업을 생중계하다시피하면서 극적으로 돌아온 김 씨 가족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정보기술(IT)전문 웹진인 CNET의 수석 편집자인 김 씨 가족이 추수감사절 여행을 마치고 포틀랜드의 친구 집을 떠나 샌프란시스코의 집으로 향한 것은 지난달 25일. 하지만 이날 밤 예약한 오레곤 주 골드비치의 민박집에 도착하지 않은 채 연락이 끊어졌다.
길을 잘못 들었다가 폭설로 막힌 도로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것. 오지여서 휴대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뒤늦게 수색에 나선 경찰도 악천후로 어려움을 겪었다.
연료까지 떨어져 자동차의 난방도 멈추자 김 씨 가족은 꼭 껴안은 채 추위와 싸웠다. 차안에 있던 유아식품도 떨어지자 캐티 씨는 모유를 두 딸에게 먹였다. 주변의 나무 열매까지 따먹었다. 타이어를 태워서 위치를 알렸지만 7일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자 2일 김 씨는 구조를 요청하러 가겠다며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김 씨 없이 이틀을 더 버틴 가족들은 헬기가 다가오자 우산을 흔들면서 위치를 알려 극적으로 구출됐다. 아이들은 놀랄 정도로 건강하지만 캐티 씨는 심한 동상으로 발가락 하나를 절단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구하는 데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상 지역이 너무 넓어 어려움을 겪던 경찰은 실종 다음날인 26일 김 씨 가족에게 SMS 하나가 전송된 사실을 알아냈고 이 SMS가 수신 가능한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수색대는 김 씨의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신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색대원들은 "이런 날씨에 숲 속에서 9일 동안 버틴 것은 기적"이라며 놀라워했다. CNET 동료들은 "김 씨가 돌아오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씨는 CNET에서 디지털 오디어와 비디오 포드캐스트를 담당해왔으며 김 씨 가족은 샌프란시스코에 2개의 상점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현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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