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만에 밝혀진 퓰리처상 수상자

  • 입력 2006년 12월 3일 17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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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보도사진상을 받고도 26년 간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한 사진작가가 드디어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그 주인공은 현재 이란 정부 공식 사진사로 있는 자한지르 라미즈(58) 씨. 그가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은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직후 몰아친 광풍 속에서 이뤄진 쿠르드족 집단처형을 찍은 사진이다.

이란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에테라트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있었던 라미즈 씨는 1979년 8월27일 반란을 일으킨 쿠르드족을 취재하러 갔다가 이 사진을 찍게 됐다.

에테라트 편집진은 이 사진을 1면에 게재하면서 촬영자가 공개되면 고초를 겪을 수 있다는 판단아래 그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사진은 UPI통신을 통해 세계로 타전됐고 세계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이 사진을 실었다.

다음해 이 사진은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나 수상자는 '무명씨'로만 처리됐다. 이후 이 사진은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사진의 하나가 됐고 유명한 사진작가가 사망할 때마다 그가 이 사진을 찍었다는 추측이 나돌곤 했다.

하지만 라미즈 씨가 최근 WSJ에 직접 전화해 당시 함께 찍었던 27장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진짜 사진작가라고 밝힘에 따라 모든 것이 명백해졌다. 그는 "이제는 나의 존재를 공개해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신문에 사진이 실린 뒤 혁명당국의 조사를 받았지만 이 사진은 재판소의 허락을 받아 찍은 것이어서 무사했다"면서 "지금은 편집진을 이해하지만 당시는 이름이 나가지 않아 실망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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