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Words]쫓겨난 럼즈펠드 “역사가 평가할것”

  • 입력 2006년 11월 11일 03시 01분


“I'd let history worry about that(나의 평점은 역사가 고민하도록 놔두겠다).”―도널드 럼즈펠드(사진) 미국 국방장관. 9일 캔자스 주립대 강연에서.

국방장관으로서 스스로 평점해 보라는 질문에 럼즈펠드 장관은 이렇게 ‘간단히’ 대답했다.

“역사의 판단에 맡긴다.” 자신의 이상이 현실에 막혀 좌절하는 순간 정치지도자들의 입에서 흔히 나오던 소리다.

이라크 문제가 주요 이슈로 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패배로 ‘희생양’이 된 럼즈펠드 장관도 역사의 평가에 자신을 의탁했다.

“그가 물러난 것은 미국의 대내외 정책에서 네오콘의 완전한 지배가 끝났다는 것을 말해 준다”는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의장의 말처럼 그는 미국 패권주의의 선봉에 서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왔다.

5년 10개월의 재임기간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을 동시에 지휘했고 전 세계 미군의 재편사업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갔다.

명암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야간 위성사진을 집무실 책상에 올려놓고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마음에 새긴다고 되뇌곤 하던 럼즈펠드 장관. 하지만 그가 민주주의를 선사하려고 한 이라크에서조차 “그가 이라크에서 한 모든 일은 비도덕적, 반인륜적이었으며 이는 미국과 같은 문명화된 나라의 정책이 아니다(살레 알 무트라크 의원)”라는 비난을 받았다.

과연 역사는 그를 악역으로 기록할까, 아니면 희생양으로 기록할까.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의 ‘주군’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조차 지난여름부터 그를 경질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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