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우는 할리우드…영화 제작-홍보비 10년만에 2배로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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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러셀 크로에게 최근 20세기폭스의 신작 영화 출연이 무산된 배경을 물었다.

그의 대답은 간명했다. “나는 자선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메이저 영화사를 위한 자선은 하지 않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제작비와 만연한 해적판, 뉴미디어의 위협으로 궁지에 몰린 할리우드가 동업자들에게 ‘양보의 미덕’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자연히 배우와 감독, 작가들이 심한 압박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상황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우려가 더해만 가고 있다는 것.

최근 20세기폭스와 유니버설픽처스는 인기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한 ‘할로(Halo)’의 영화화 계획을 백지화했다. 제작 총지휘를 맡기로 한 피터 잭슨 감독과 다른 스태프가 개런티를 깎을 수 없다고 버텼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 ‘유즈드 가이스(Used Guys)’, ‘댈러스(Dallas)’,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Ripley's Believe It or Not)’ 등의 제작이 돈 문제로 줄줄이 취소됐다. 올여름 리얼리티 TV 쇼 ‘도전! 슈퍼모델(America's Next Top Model)’의 방송작가 12명은 작가 연금 및 의료보험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그레이저 씨는 “몸값을 고집하면서 그저 주차장에서 버틸 것인가, 아니면 현장에서 뛸 것인가. 배우와 제작사 간의 분쟁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할리우드에서 영화 한 편을 만들고 홍보하는 비용이 1995년 5410만 달러에서 지난해 9620만 달러까지 솟구쳤다. DVD 판매는 그대로인데 해적판은 세계 어디서나 기승을 부린다. 2005년 미국에서 해적판으로 인한 손해는 13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급성장하는 뉴미디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사이에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 휴대전화가 젊은 층을 파고들어 전통적인 영화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할리우드는 전략 수정의 기로에 섰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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