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과했지만…이슬람권 “수용하자” “아직 부족” 엇갈려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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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슬람을 폭력적 종교로 묘사한 데 대해 17일 직접 사과의 뜻을 나타내자 이슬람 국가들은 공식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강론의 몇몇 구절이 무슬림의 감정을 거슬리게 해 매우 유감스럽게(deeply sorry) 생각하며, 개인적인 의견은 아니다”라는 교황의 사과 및 해명 발언을 놓고 이슬람권 내부에서는 충분치 않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사과를 수용한다”=교황의 유감 표명을 수용한다는 이슬람 국가들의 반응은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된 유엔인권이사회 제2차 회의에서 나왔다.

마수드 칸 제네바 주재 파키스탄 대사는 이날 이슬람회의기구(OIC) 57개 회원국을 대표해 “무슬림 국가들은 교황이 유감을 표시하고 스스로 논란이 된 강론과 거리를 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교황은 서로를 존중하는 솔직하고도 성실한 사과로 자신의 매력을 다시금 보여 주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칸 대사는 “예언자에 관한 교황의 발언은 전 세계 모든 무슬림의 감성에 상처를 주었다”면서 “이번 주 내에 가능한 한 빨리 종교적 관용 및 관련 이슈들을 토론할 시간을 따로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인권이사회에 촉구했다.

▽“뭘 사과했나”=교황의 사과가 충분치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교황이 취임 후 이슬람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11월에 방문하게 되는 터키에서는 각료들이 ‘교황의 사과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을 퍼부었다.

무하메드 아이딘 국무장관은 “교황의 말은 자기 발언이 유감스럽다는 것인지 아니면 그 결과가 유감스럽다는 말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후세인 셀릭 교육장관도 “유감과 사과는 다른 말이다”라며 국무장관을 거들었다.

일부 이슬람권 언론들도 여전히 교황의 발언을 빌미로 종교 간 대결을 부추기는 논조를 펴고 있다. 여기에 각종 이슬람 테러조직이 보복을 다짐하는 글을 인터넷에 퍼뜨리고 있어 이에 자극받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18일 인터넷 성명을 통해 “서방 측이 패배할 때까지 교황 발언에 대한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교황 발언 파문으로 공격을 받은 교회는 7개에 이른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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