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주 강국 프로젝트' 재시동

  • 입력 2006년 8월 2일 17시 04분


코멘트
"한국 인공위성의 성패는 전적으로 러시아에 달려있다. 이들 위성을 실은 발사체는 모두 러시아가 개발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다목적 인공위성 아리랑 2호를 쏘아올린 한국 기술진이 환호에 들떠 있는 동안 러시아 측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의 한 전문가는 "바로 전날 발사에 실패한 초소형 인공위성 '한누리 1호'의 발사체도 러시아가 만들었다"며 "러시아 기술진의 자랑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리랑 2호와 한누리 1호를 실은 러시아의 발사체는 군사용을 상업용으로 개량한 것. 1991년 사회주의 붕괴 뒤 군사용 발사체를 상업용으로 돌린 러시아는 한동안 관련 기술 판매에 혈안이 돼 있었다. 우주 프로젝트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끊겨 재정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주에 떠 있는 유인 비행체에 물자를 공급하지 못한 나머지 다른 나라에 '제발 러시아 우주 기술을 사 달라'고 간청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러시아 우주 프로젝트 기술진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한마디로 "요즘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있다"는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태도 변화에는 이유가 있었다. 요즘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국방부는 석유 팔아 번 '오일달러'를 이용해 '우주 강국(强國) 프로젝트'에 시동을 다시 걸고 있다.

페르미노프 아나톨리 러시아 연방우주청장은 1일 일간지 모스코브스키 콤소몰레츠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용을 포함한 인공위성을 현재 96개에서 앞으로 160개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회주의 붕괴 이전인 1991년 소련이 갖고 있던 138개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우주청이 예산을 받아 가는 과정도 삭감이나 변경 없이 진행된다. 페르미노프 청장은 "게르만 그레프 경제개발통상부 장관에게 (우주개발) 프로그램 예산을 달라고 하면 '당신의 계획은 별다른 야욕이 없다'고 말하며 돈을 그냥 보내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러시아 우주분야 종사자의 월평균 임금은 약 300달러(28만 5000원). 우주청은 이들의 월급을 올리고 우주비행사를 젊은 층으로 대폭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6월말 러시아 외환보유고가 2500억 달러(237조 5000억원)를 넘어서면서 러시아 국방부의 관련부서도 활력이 넘치고 있다. 전략미사일군은 "우주개발 장비 개발과 함께 전문가 5000명을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