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 "며칠간 내 건강은 안정된 상태일 것"

  • 입력 2006년 8월 2일 11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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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쿠바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피델 카스트로 사후에도 철권통치 체제를 이어가기 위해 쿠바 지도부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권력 이양 작업의 시작이다."(미국 정보기관 관계자·워싱턴포스트 인터뷰)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권력을 동생 라울 국방장관에게 일시 이양한지 이틀이 지났지만 쿠바의 정정(政情)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나는 괜찮아!"= 권력이양 발표 하루만인 1일 쿠바 국영 TV는 카스트로 의장이 직접 쓴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내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진단이 나오기 전까지 앞으로 며칠간 내 건강은 안정된 상태일 것이라는 점이다."

이날 국영 방송 아나운서는 직접 카스트로를 만나 성명서를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카스트로의 모습이나 음성을 방송하지는 않았다. 성명서는 인쇄한 것이었다.

한편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은 "카스트로 의장이 사망했다고 믿을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 "라울을 인정할 수 없다"= 스노 대변인은 "라울이 쿠바 국민에게 해온 행동은 그의 형이 해온 것과 다를 게 없다"며 "라울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접촉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쿠바의 민주적 전환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오래 전부터 카스트로 정권의 붕괴에 대비해왔다. 그 핵심은 2003년 발족한 '자유쿠바 지원을 위한 미국위원회(USAFC)'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상무장관이 공동의장이다. 미국은 쿠바 민주화를 위해 2007~2008년 1억5000만달러(약 1조 5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무부는 지난해 쿠바 체제 전환 문제를 전담할 기구까지 신설했다.

▽안개속의 '포스트 카스트로 시대'= 라울 카스트로 국방장관은 중국식의 개혁개방에 관심을 보여왔다. 기업활동의 자유 확대와 관광산업 개방을 지지해 왔으며 군 운영에도 경영개념을 도입해 5만 명 규모의 쿠바 혁명군은 주요 산업과 플랜테이션 농장, 리조트, 항공사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라울은 카리스마나 정치력, 연설능력에서 카스트로 의장과 비교할 바가 못돼 권력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1일 카스트로 사후 쿠바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주기구(OAS)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세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 비서실장은 "쿠바에서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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