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국 먹이며 중노동 조선인에 용서 빕니다”

  • 입력 200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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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의해 탄광에 강제 징용됐다가 갱도가 무너져 한꺼번에 136명의 한국인이 숨진 일본 야마구치 현 우베 시 초세이 탄광(왼쪽)에서 근로감독관을 맡았던 이노우에 마사히토 씨(오른쪽)가 60여 년 만에 사죄의 뜻을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일제에 의해 탄광에 강제 징용됐다가 갱도가 무너져 한꺼번에 136명의 한국인이 숨진 일본 야마구치 현 우베 시 초세이 탄광(왼쪽)에서 근로감독관을 맡았던 이노우에 마사히토 씨(오른쪽)가 60여 년 만에 사죄의 뜻을 밝혔다. 부산=연합뉴스
“탄광에서 작업을 감독했던 사람으로서 희생자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용서를 빕니다.”

수몰사고가 발생해 일제에 의해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 136명이 목숨을 잃은 일본 야마구치(山口) 현 우베(宇部) 시 초세이(長生) 탄광의 당시 근로감독관이 60여 년 만에 사죄의 뜻을 밝혔다.

올해 83세인 이노우에 마사히토(井上正人·우베 시 거주) 씨는 최근 일본을 방문한 부산외국어대 김문길(61) 교수에게 ‘초세이 탄광 수몰사건 진술’이란 자신의 참회록을 자필서명과 함께 전달했다고 김 교수가 1일 밝혔다.

이노우에 씨는 참회록에서 “초세이 탄광은 해저에 있었기 때문에 매우 위험했는데 무리하게 작업을 시켰다”면서 “늦게나마 용서를 빈다”고 말했다.

그는 “초세이 탄광 수몰사고는 갱도 위쪽의 석탄을 캐다가 천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바닷물이 유입돼 발생한 것”이라며 “당시에는 전쟁을 위해 석탄이 필요했고, 희생자 중에는 조선인 노동자가 많았다”고 밝혔다.

또 이노우에 씨는 “당시 조선인들은 주먹밥과 단무지, 소금국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하루 12시간 노동은 기본이고 20시간 이상 일하기도 했다”고 처참했던 작업환경을 회고했다.

1942년 2월 3일 오전 8시경 발생한 초세이 탄광 수몰사고는 바다 밑으로 연결된 갱도가 무너지는 바람에 한국인 136명을 포함해 강제노역자 183명이 몰살한 사고로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가 본격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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