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노린 테러…독일, 월드컵앞두고 치안 비상

  • 입력 2006년 5월 21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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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이민자 출신 정치인을 노린 테러가 발생해 월드컵 치안에 비상이 걸렸다.

터키 출신으로 좌파당(Linkspartei) 베를린지부 이민정책 담당 대변인인 기야세틴 사얀(56)씨는 19일 베를린 시내 리히텐베르크에서 괴한 2명의 습격을 받았다. 괴한들은 '더러운 외국인, 분뇨 같은 터키놈'이라며 병으로 사얀 씨를 내리친 뒤 마구 폭행했다. 사얀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번 테러는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이민자 출신 정치인을 지목해 노린 '기획 테러'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달에는 베를린 외곽 포츠담에서 이디오피아 출신의 엔지니어 에르미아스 엠 씨가 극우파로 추정되는 괴한들의 폭행으로 혼수 상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주요 언론들은 "월드컵 표어 '친구가 되어 세계를 맞이하자'가 '적이 되어 세계를 맞이하려는' 극우 인종주의자들의 준동으로 엉망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해 왔다.

DPA 통신은 극우 폭력집단이 세 과시의 수단으로 월드컵을 이용하려 한다고 전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6월 21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이란 대 앙골라의 경기. 인종주의 폭력집단들은 아프리카 팀을 '열등민족'이라고 멸시하면서 나치의 홀로코스트(대학살)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버려야 한다'고 공언해온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에 연대감을 표시해왔다. 극우파가 이 경기를 계기로 아프리카계에 대한 폭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회민주당(SPD) 소속인 프란츠 뮌테페링 부총리는 20일 SPD 베를린지부 집회에서 "넥타이를 매고 정장을 한 채 극우집단에 자금을 대는 자들이 있다"며 극우조직이 재계 일각과 연관을 맺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끌었다. 자기도취에 빠진 청년들의 돌출적 행동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조직과 행동 규모가 방대하다는 것.

주간지 '빌트암존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감소해온 네오나치 소속원이 2004년 3800명에서 지난해 4100명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통일 이후 극우파의 폭력행위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33명에 이른다.

프랑크푸르트=유윤종특파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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