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부인과 부족…출산난민 급증

  • 입력 2006년 5월 15일 16시 59분


일본에서 산부인과 병원들이 의사를 구하지 못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애 낳을 곳을 찾아 헤매는 '출산난민'이 늘고 있다.

출산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뒤 "겁이 나서 다시는 애를 못 났겠다"는 주부들도 적지 않아 출산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이 2004년 10월 현재 산부인과 간판을 내걸고 있던 일본 전역의 병원 166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3%에 해당하는 138곳이 지난달 말까지 분만 의료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만실 폐쇄가 줄을 잇는 이유는 의대생들과 젊은 의사들이 야근이 잦고 의료소송을 당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산부인과 지원을 기피하고 있기 때문.

분만 시설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은 중소도시에서 특히 심각하다.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시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산모 400여명이 다른 도시에 가서 '원정출산'을 해야 했다.

한 산모는 같은 현 요코하마(橫浜)시의 병원에서도 입원을 거절당하자 "받아줄 때까지 집에 안 가겠다"며 즉석 농성을 하기도 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산부인과 의사 확보가 시장의 정치생명이 달린 중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오사카(大阪)부 야노(八尾)시 시립병원은 지난해 가을 산부인과 의사 3명이 줄줄이 그만두는 바람에 산부인과를 휴업했다. 이 문제가 의회에서까지 논란이 되자 시장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약속하고 인근 의과대학들을 백방으로 찾아다닌 끝에 간신히 산부인과 의사를 구했다.

나가노(長野)현 우에다(上田)시에서는 시 측이 지난해 8월 시영 분만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하자 주부 9만여 명이 반대서명을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장이 직접 나서서 의사를 구한 덕분에 분만시설은 1월부터 다시 문을 열었지만 5, 8, 9, 10월은 예약이 꽉 차있는 상태다.

그래도 우에다 시민들은 다행인 편이다. 이와테(岩手)현 도노(遠野)시에는 4년 전부터 분만시설이 한 곳도 없어 주민들이 산길로 1시간 이상 떨어진 인근 도시에서 출산을 하고 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