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어 러시아 정부서 훈장받은 고려인연합회장

  • 입력 2006년 4월 20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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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이어 러시아 정부로부터도 훈장을 받은 것은 앞으로 두 나라를 잇는 다리 역할을 더 잘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19일 바실리 조(55) 러시아고려인연합회장이 러시아 국가우호훈장을 받았다. 훈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알렉산드르 소콜로프 문화언론부 장관이 수여했다.

조 회장은 2003년 2월에도 한국 정부로부터 고려인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러시아 정부가 외교관계를 고려해 한국과 북한 인사를 서훈한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내 한인이 훈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기념행사에서 블라디미르 이(76) 러시아외교아카데미 교수는 "97년 만에 보는 각별한 의미의 훈장"이라고 말했다. 제정 러시아의 황제 니콜라이 2세가 1909년 당시 러시아에 망명 중이던 이범진(李範晋·1852~1911) 선생에게 스타니슬랍스키 1등 훈장을 수여한 사실을 가리킨 것.

대한제국의 초대 러시아 주재 공사였던 이범진 선생은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잃자 일제의 귀국 명령을 거부하고 러시아에 남아 대한제국 여권발급 등 영사업무를 계속하며 저항했다. 니콜라이 2세는 이러한 선생을 격려하기 위해 훈장을 수여했다. 하지만 1910년 국권을 완전히 뺏기자 선생은 이에 항의해 다음해 자결했다.

조 회장의 서훈기념행사에는 마침 이범진 선생의 후손인 율리야 피스쿨로바(35) 박사도 참석했다.

조 회장은 1999년 유명무실한 단체이던 고려인연합회장을 맡아 실질적인 20만 고려인들의 구심점으로 만들었다. 고려인연합회는 현재 러시아내 60여개 소수민족단체 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고려인회관 건물을 확보한 것이나, 2004년이 한인이 러시아로 이주한지 140주년이 된다는 역사적 사실을 러시아 정부로부터 공인받아 국가예산으로 대규모 기념행사를 치르기도 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조 회장은 섬유공장 지배인을 거쳐 1989~1992년에는 옛 소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국회의원)을 지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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